현재 중국 현대자동차 현지 공장의 생산이 중단과 재가동을 반복하고 있다.

현지 협력사가 수개월째 밀린 부품대금 때문에 공급을 중단한 것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중국 합자인 베이징잉루이제가 플라스틱 연료통 납품을 거부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이 대목에서 두세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현대자동차가 189억 물품대금이 없었을까? 혹시 그렇다면 정말 그 정도로 중국내 상황이 어려운 것인가?

우선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과 최근 상황을 살펴보자. 베이징 1공장이 30만대, 2공장이 30만대, 3공장이 45만대, 창저우 4공장이 30만대 그리고 올해 가동 예정인, 충칭 5공장이 30만대 수준으로 총 165만대 생산 수준이다. 충칭 5공장을 제외하면 하루 4000대 가량이 생산 능력이다. 생산량과 판매량을 거의 맞추기 때문에, 7월 판매량 약 5만대 수준에 맞춰 하루 2000대 수준으로 생산하고 있다. 매출이 절반가량 줄어든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상반기 국내와 해외를 합해 총 239만대 정도를 생산했고, 그 중 중국 생산 물량이 55만 2000대로 23%를 차지했다. 사드 여파로 매출이 반토막 난 올해는 총 225만대 생산 중 중국이 35만대로 급감해서 15.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판매량은, 2016년 853만대 중 중국이 180만대로 21% 정도 비중이었는데, 2017년 7월까지는 총 532만대 중 중국이 50만대로 9.3% 수준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 공장의 가동 여부는 현대자동차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브랜드 가치 하락과 위기감이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파되면 매출 절벽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이징 현대는 현대차와 중국 북경기차가 5대 5로 지분을 나누어 갖는 합작법인이며, 생산은 현대가 담당하고 있고 재무 부분은 북경기차가 담당하는 구조이다. 합작 파트너인 중국 측이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것에 대해 현대에서 간섭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대금 지급 지연의 배경에는 북경기차의 `납품가 후려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경기차는 사드 보복 이후 실적이 나빠지자 일부 협력업체들에 납품가격을 20% 정도 깎아주면 밀린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반발하면서 갈등이 유발된 것이다. 합자회사 설립 당시 북경기차는 매년 수익목표가 있고, 이를 채우기 위해 납품가격을 후려치려 한 것이고, 현대자동차가 말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듣고 보면, 현대차가 의인이고 북경기차가 파렴치한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경기차의 입장이 억지가 아니라는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현대기아의 경우 협력업체 중 일부이겠지만, 현대그룹 내 거래를 통해 공급되는 부품가격이 타사의 공급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고, 그런 이유로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안정적인 부품공급과 품질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답하지만, 중국내 벤츠 같은 회사도 부품 대부분을 중국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시대가 변한 것이다. 해외공장 설립시에 관련업체가 모두 동시에 출격해 현대 해외공장 주변에 포진하면서 부품공급을 하는 모습에서, 보기 드믄 효율성을 발휘했으나, 이제는 현지화를 통한 가격 조절이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판단 수단이 된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