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지난해 4·13 총선 및 올 5·9 대선의 연이은 패배와 더불어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당은 이들이 자진 탈당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헌·당규에 따라 출당 조치할 것임을 예고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와중에 제기됐던 친박계 청산작업이 이제야 본격화되는 것이다. 한국당으로서는 당의 뿌리를 잘라내야 하는 아픔은 있겠지만 이를 통해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당이 친박계 색채 지우기에 나선 것은 보수대통합이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지만 무엇보다 국민적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친박계는 헌법 유린과 민주주의 질서 파괴, 권력 남용 등으로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을 옹위하며 국정농단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한 세력이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합당한 책임을 지지 않고 정치생명을 이어가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보수세력에게 실망감만 안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미 입증됐다. 보수세력이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양분된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 지방선거 패배는 물론 보수의 궤멸을 가져올 것은 뻔한 이치다. 결국 한국당이 친박계를 내치기로 결정한 것은 국민정서에 부응하고 분당한 바른정당과의 통합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한국당은 그동안 두 차례의 친박 청산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무위에 그쳤다. 인명진 비대위 시절엔 친박계의 저항으로 무산됐고, 대선 국면에서는 홍준표 후보의 득표 전략상 친박계를 끌어안는 바람에 실패로 끝났다. 혁신위의 `박근혜 지우기`는 보수세력을 견인하기 위한 정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박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정치적 구태는 반드시 종식돼야 한다는 점에서 성공을 바란다. 친박계의 저항도 나오고 있지만 인적청산은 시대와 국민의 요구란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정통보수의 맥을 이어온 한국당이 다시 국민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당장의 아픔은 감수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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