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대통령 시대 강조…행정수도 입장 표명 외면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인 광화문 대통령 시대와 청와대 세종시 이전이 모순될 수 있다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이 나왔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 세종시의 행정수도 건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역 일각의 우려와 맥을 같이 한 것으로 풀이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13일 자유한국당 이장우 의원실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이 의원의 질문을 받고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과 광화문 대통령 시대랑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밝혔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정부서울청사 본관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문 대통령 주요 국정과제다. 지역 일각에선 광화문에 대통령 집무실이 설치되면 자칫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 등 행정수도 건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앞서 이 총리는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년 추진될 개헌안에 수도규정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도 (수도는) 관습헌법이라고 했다. 국민 마음속에 행정기능의 상당 부분이 세종으로 가는 것까지는 용인하지만, 수도가 옮겨가는 걸 동의해줄까 의문"이라고 답해, 충청인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즉답을 피하다가, 계속되는 질문을 받고서야 광화문 대통령 시대와 행정수도가 배치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총리는 이 의원이 `행정수도 세종시 완전 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처음에는 "그것이 헌법문제이고 제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합 치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그러자 이 의원이 `국회하고 청와대도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위해 좋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재차 물었고, 이 총리는, "그것 또한 법률상일 것"이라며 "국회가 논의해서 합의해주신다면 따르겠다"고 답변했다.

이 총리의 원론적인 답변이 거듭되자 이 의원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연이어 물었고, 결국 이 총리는 "그냥 참고로 말씀드린다"며 "청와대 세종시 이전과 광화문 대통령시대는 맞지 않을 수 있겠다. 이 정도로 제가 상식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 총리의 광화문 대통령 관련 발언은 과거 같은당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시각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을 낳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 국정과제를 만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박 의원은 최근 대전에서 진행된 `민주당·문재인 정부 국가비전과 국정과제 전국순회 설명회`에서 "`광화문 대통령`과 행정수도가 모순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같은 사안에 대해 이 총리와 온도차를 보였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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