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첫 주말, 대전 무역전시관에서 있었던 대전국제와인페어는 세계 주류와인으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역 와인들은 보기 힘들었지만, 32개국에서 4000종의 와인이 출품되어(이탈리아 842종, 독일 807종, 프랑스 321종, 스페인 100종, 중국 91종, 한국 22종 등) 세계 각 지역의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독일 화이트 와인 주품종인 리즐링 와인들의 약간 달콤하며 풍부한 맛에 시음 대기줄이 가장 길었습니다.

필자에게는 DCC에서 연계행사로 개최된 `아시아 와인 바이어스 컨퍼런스`의 마스터 클래스와 세미나가 유익했습니다. 주말 마스터 클래스는 2013년 새롭게 AOC 등급을 받은 루시옹(Roussillon) 지역과 공정무역을 내세운 남아공 와인, 해마다 인기리 진행되는 독일 모젤와인협회의 젝트 테이스팅, 본사가 영국에 있는 와인 전문 교육기관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의 테이스팅 노트 작성법 실습 등이 진행되었습니다.

`보물섬`과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남긴 명언 "와인은 병 안에 든 詩(시)"를 가장 공감한다는 박찬준 와인 칼럼니스트의 세미나 `와인과 인문학:와인은 기다림이다`에서는 국내외 유명 시인들의 와인과 관련된 여러 문구들이 언급되었기에, 와인과 시를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년 연속 `지역특화 컨벤션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이 컨퍼런스는 와인업계 종사자와 더불어 와인에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컨퍼런스이기에, 혹시 모르셨다면 내년에는 프로그램을 살펴보시고 취향에 맞는 강연을 골라 들으셔도 됩니다. 와인페어가 있는 주초부터 일주일 동안, 주요 와인 국가 연사의 생산지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한 강연, `와인 인문학`과 같은 인문학적 요소가 가미된 주제의 강연들로 구성됩니다.

와인페어 직전인 8월 30일 저녁에는 한빛탑 광장에서 진행된 대덕밸리라디오의 `2017 달밤소풍 휘게라이프 현장중계:와인재즈페스티벌`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재즈공연 중간중간에 와인에 대한 코멘트를 하였는데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와인은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주류로 평가를 받습니다. 시각(빛깔), 후각(아로마/부케), 미각(타닌/균형감)에서는 대화거리가 풍부하지요. 와인에서 청각 요소를 굳이 찾는다면 와인을 잔에 따를 때 나는 소리와 건배하며 와인잔을 부딪칠 때 나는 울림 등을 들 수 있지만, 재즈 등의 음악이 와인에 부족한 청각 요소를 충분히 커버해줄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재즈공연에 이어 진행된 `시민 소믈리에 평가단` 이벤트에도 즉석 출연 섭외가 와서, 5종의 와인 각각에 시민 5명의 와인에 대한 훌륭한 감상 표현을 선정해서 시상하는 역할도 맡았습니다. 일반화된 표현보다는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와인에 대한 느낌은 주관적인 것이라, 와인을 마시다 보면 어머니의 된장찌개 맛을 떠올릴 수도, 어릴 적 외가 장독대의 간장독에서 맡았던 향기가 기억날 수도 있습니다.

와인페어 연계행사인 2017 아시아와인트로피` 와인 심사에 참여한 130여 명의 국내외 심사위원 중 대전 사람은 저를 포함해 3명에 불과했다고 들었습니다. 내년에는 보다 많은 대전 와인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하겠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와인전문박람회로 `와인 유통의 新(신)중심 도시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 성황리 개최된 대전국제와인페어가 대덕연구단지를 품고 있어 과학의 도시로 칭해지는 대전을 세계적인 와인유통도시로 성장시켜 나가는 꿈을 이루어가는데 보탬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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