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헌특위가 주관하는 헌법 개정 국민대토론회가 어제 대전시청 대강당에서 열렸다. 전국을 순회하는 일정 중 다섯 번째로 열린 이날 토론회엔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에 대한 기대와 관심 등을 반영한 듯 충청권 정·관계 인사는 물론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미 진행된 부산이나 광주 등의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이 의견을 표출할 시간이나 공간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토론회에 주어진 시간 중 대부분이 정치인과 전문가 토론에 할애되다 보니 질의응답은 제한됐다. 그나마 특정 단체가 과다하게 좌석을 점유하거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 등의 소동도 여전했다.

헌법 개정 논의가 30년 만의 일이다 보니 권력구조 개편을 비롯해 지방분권 강화, 행정수도 명문화 등 굵직한 사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과 학계 등 전문가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 보장 강화와 관련된 부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회와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헌법의 가치와 규정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개헌안 마련 과정에 국민들의 참여가 최대한 보장되고 광범위한 의견 수렴 절차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개헌특위 주도의 순회토론회는 주로 정치권과 전문가 중심의 토론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헌특위는 이런 문제점 해소를 위해 지난 7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여론수렴과 10월 중 대국민 원탁회의를 개최키로 했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개헌 논의 과정에 국민들의 참여 기회와 의견 수렴 절차 확대가 필요한 것은 헌법이 국민의 사고와 정체성 확립에 직결돼 있을뿐더러 권리 및 이해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촛불집회 등을 통해 나타난 것처럼 주권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개헌을 정치권에만 맡겨 놓으면 당리당략적 요소의 개입으로 본질이 변질될 우려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개헌특위는 이제부터라도 개헌논의 과정에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데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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