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도토스에 따르면 계피나무를 얻기 위해선 불사조의 둥지에 들어가 훔쳐야 했다.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이슬람인들은 지혜를 내 불사조 둥지에 고기를 흩어 놓았고, 불사조들은 흩어진 고기를 둥지로 가져가 모았다. 고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둥지는 무너져 내렸고 이슬람인들은 계피를 얻을 수 있었다.

계피에 대한 이슬람인들의 이야기, 사실 허구다. 서양으로 수출하는 계피의 값을 올려 받기 위해 신화에나 존재할 것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동방권에서 서양으로 향신료를 수출하기 시작한 것은 로마시대부터 다. 로마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귀족들은 향신료를 많이 쓰는 것을 자신의 부를 자랑하는 것으로 여겼고 그 값은 매우 비쌌다. 또한 서민들의 식사는 밋밋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에 향신료를 필요로 했고,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거래는 활발했다. 계피, 후추, 정향 등 동방의 향신료를 얻기 위해서 서양인들은 주머니를 열었고 상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 향신료 수입 루트가 필요했다. 이는 곧 대항해시대의 시작으로 연결됐다. 콜럼버스, 바스코다가마가 목숨을 걸고 항로를 연 이유도 바로 이 향신료 수입 루트를 뚫기 위함이었다.

과학이 발전하고 교통이 발전하면서 향신료를 구하기가 쉬워지면서 가격은 한껏 낮아졌고 이젠 일반 가정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값비싼 향신료가 있으니 이는 바로 `사프론(saffron)`이다. 사프론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로 알려 있다. 사프론은 크로커스꽃 중 향신료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말한다. 송로 버섯 향을 흉내 낼 수 없듯이 사프론 향 또한 흉내 낼 수 없다. 강황 등 다른 재료들로 색상은 유사하게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어떤 기교로도 그 향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때문에 음식점에서 사프론 이름이 들어간 메뉴가 있다면 거짓이 아닌 이상 당연히 사프론을 사용한 것이다. 사프론의 이름은 라틴어 `safranum`에서 따온 말로, 이는 노랗다는 것을 의미하는 아랍어에서부터 시작됐다. 교통과 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값비싼 이유는 만들어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크로커스 꽃 한 송이에서 단 3개만의 암술이 나오는데 사프론 1g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500개의 암술을 건조 시켜야 한다. 그리고 일일이 수작업 해야 하기 때문에 추출하기 매우 번거롭다. 현재 사프론 28g 한통을 사기위해선 2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사프론의 주 생산지는 이란, 전 세계 사프론의 90% 이상이 이란에서 나온다. 그리고 터키, 스페인 산도 있지만 이란산 사프론을 최고로 쳐준다.

사프론의 원래 색은 붉지만 다른 재료들을 노랗게 만들어준다. 사프란 특유의 향과 예쁜 색을 잘 이용하는 요리로는 스페인의 빠에야, 프랑스의 부야베스가 있다. 적은 양으로도 향과 색을 내기에 극소량만 첨가한다. 이탈리아에선 송아지요리와 함께 리조또를 먹을 때 사프론을 넣고 조리한다. 은은한 노란색과 사프란 특유의 향은 리조또의 맛, 그리고 멋을 한층 올려준다.

사프론의 꽃말은 즐거움, 환희라고 한다. 비록 값비싼 재료이지만 적은 양으로도 요리 한 그릇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비싼 향신료 사프론, 이를 잘 이용한다면 그 꽃말대로 즐거운 환희의 식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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