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최종편집일 : 2017-11-23 00:00

[김지식 셰프의 본테이블] 세상에서 가장 향신료 '사프론(saffron)'

2017-09-12기사 편집 2017-09-12 17:26:39

대전일보 >오피니언 > 사외칼럼 > 김지식 셰프의 본 테이블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첨부사진1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계피나무를 얻기 위해선 불사조의 둥지에 들어가 훔쳐야 했다.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이슬람인들은 지혜를 내 불사조 둥지에 고기를 흩어 놓았고, 불사조들은 흩어진 고기를 둥지로 가져가 모았다. 고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둥지는 무너져 내렸고 이슬람인들은 계피를 얻을 수 있었다.

계피에 대한 이슬람인들의 이야기, 사실 허구다. 서양으로 수출하는 계피의 값을 올려 받기 위해 신화에나 존재할 것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동방권에서 서양으로 향신료를 수출하기 시작한 것은 로마시대부터 다. 로마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귀족들은 향신료를 많이 쓰는 것을 자신의 부를 자랑하는 것으로 여겼고 그 값은 매우 비쌌다. 또한 서민들의 식사는 밋밋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에 향신료를 필요로 했고,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거래는 활발했다. 계피, 후추, 정향 등 동방의 향신료를 얻기 위해서 서양인들은 주머니를 열었고 상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 향신료 수입 루트가 필요했다. 이는 곧 대항해시대의 시작으로 연결됐다. 콜럼버스, 바스코다가마가 목숨을 걸고 항로를 연 이유도 바로 이 향신료 수입 루트를 뚫기 위함이었다.

과학이 발전하고 교통이 발전하면서 향신료를 구하기가 쉬워지면서 가격은 한껏 낮아졌고 이젠 일반 가정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값비싼 향신료가 있으니 이는 바로 '사프론(saffron)'이다. 사프론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로 알려 있다. 사프론은 크로커스꽃 중 향신료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말한다. 송로 버섯 향을 흉내 낼 수 없듯이 사프론 향 또한 흉내 낼 수 없다. 강황 등 다른 재료들로 색상은 유사하게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어떤 기교로도 그 향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때문에 음식점에서 사프론 이름이 들어간 메뉴가 있다면 거짓이 아닌 이상 당연히 사프론을 사용한 것이다. 사프론의 이름은 라틴어 'safranum'에서 따온 말로, 이는 노랗다는 것을 의미하는 아랍어에서부터 시작됐다. 교통과 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값비싼 이유는 만들어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크로커스 꽃 한 송이에서 단 3개만의 암술이 나오는데 사프론 1g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500개의 암술을 건조 시켜야 한다. 그리고 일일이 수작업 해야 하기 때문에 추출하기 매우 번거롭다. 현재 사프론 28g 한통을 사기위해선 2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사프론의 주 생산지는 이란, 전 세계 사프론의 90% 이상이 이란에서 나온다. 그리고 터키, 스페인 산도 있지만 이란산 사프론을 최고로 쳐준다.

사프론의 원래 색은 붉지만 다른 재료들을 노랗게 만들어준다. 사프란 특유의 향과 예쁜 색을 잘 이용하는 요리로는 스페인의 빠에야, 프랑스의 부야베스가 있다. 적은 양으로도 향과 색을 내기에 극소량만 첨가한다. 이탈리아에선 송아지요리와 함께 리조또를 먹을 때 사프론을 넣고 조리한다. 은은한 노란색과 사프란 특유의 향은 리조또의 맛, 그리고 멋을 한층 올려준다.

사프론의 꽃말은 즐거움, 환희라고 한다. 비록 값비싼 재료이지만 적은 양으로도 요리 한 그릇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비싼 향신료 사프론, 이를 잘 이용한다면 그 꽃말대로 즐거운 환희의 식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