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 출석의원 293명 가운데 145명이 찬성, 145명이 반대, 1명이 기권했고 무효가 2표로 최종 부결 처리됐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고, 문재인 정부 들어 인사 표결이 부결된 것 역시 첫 번 째다. 이로써 지난 1월 박한철 전 소장 퇴임 이후 지속되고 있는 헌재소장 공백 사태는 더욱 길어지게 됐으면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여야 간 책임 공방으로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각종 민생법안이나 내년 예산안 처리까지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은 바꿔 말하면 야당의 정치적 승리다. 청문회를 통해 드러났듯 김 후보자에게 부결에 이를 정도의 흠결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의 이력이나 성향으로 보건데 헌법가치를 수호하는데 적임자라고 평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야당은 문재인 정부 견제 차원에서 지난 6월 김 후보자 청문회 이후 임명동의안 표결을 미루면서 반전을 노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안이한 대응과 전략 부재도 부결의 한 원인이 된 것 같다. 한국당의 국회 복귀 첫날에 임명동의안을 상정토록 한 것은 성급한 결정이었다. 숨고르기 과정을 생략한 채 밀어붙여 야당의 반발을 키웠다. 야당에 대한 접근방식도 문제가 있었다. 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이야 차치하더라도 국민의당에 대해서는 보다 세심하게 배려하고 이해를 구하면서 설득을 했어야 했다.

국회 표결 결과를 놓고 청와대와 여당은 격앙돼 있다. 당장 청와대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다수의 횡포로 무책임의 극치란 반응을 내놨다. 적폐청산 등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으로서는 야당의 발목잡기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여소여대의 정치지형을 만든 것은 국민의 뜻이고 국회 표결 결과 역시 국민의 뜻이다. 존중해야 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야당도 헌법기관장의 공백이 지속되는 작금의 사태를 두고 희희낙락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