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모든 대선주자들과 여야 정당들은 정도 차이만 있을 뿐, 한 목소리로 행정수도 완성을 약속했었다. 새 정부 출범이후 문재인 대통령도 국정의 우선목표로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에 세종시를 이상적인 분권모델로 완성하겠다는 약속을 담아냈으며, 우선 정부 과천청사에 남아있는 행자부와 미래부(현 과기정통부)의 세종시 이전과 국회 분원 설치를 추진키로 했다.

그럼에도 이상 기류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달 22일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정부 과천청사를 찾은 문 대통령이 과기정통부의 이전 계획을 묻자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세종으로 이전이 계획돼 있는데,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뜬금없이 "(세종 이전에 따른) 이 지역 주민 반대가 심하다"고 거들었고, 유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무원 이동을 줄여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영상회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어필했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전 국민들에게 공언한 국정과제임에도, 해당 부처의 수장이 직원들의 일부 불편을 명분 삼아 이전에 소극적임을 노골화한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0일 특정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수도이전에 대해 "다수의 국민이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것 같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지 이틀만에 나온 유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쯤에서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행정수도 완성을 누가 원하는지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주지하다시피 행정수도는 문 대통령이 참여했던 참여정부 때 설계된 국책사업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행정수도가 추진된 근본적 배경은 수도권 집중 억제와 전 국토의 균형발전에 있었다. 국토의 11%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 수와 경제력의 절반이상이 집중된 기형적 구조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도모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또 전국을 고루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토의 중심인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입지시켜야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당시 마련됐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은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은 법률 제정이 아닌 헌법 개정 사안`이라는 판단에 따라 위헌결정이 내려졌고,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교육중심의 경제도시를 골자로 한 `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안` 추진으로 인해 세종시의 위상이 크게 저하됐고, 박근혜 정부에선 실체가 불분명한 `원안 플러스 알파`로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국책사업으로서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고, 마치 충청을 위한 시혜적 지역공약인 양 선거 때면 모든 위정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읊조리는 공약(公約)으로 전락한 꼴이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세종의 행정수도 완성이 충청의 이익을 담보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일자리가 더 늘어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목적이라면 어쩌면 이명박 정부 때 제기됐던 경제도시가 더 확실히 효과적일 것이다. 오히려 `충청에는 행정수도만 언급하면 된다`라는 판단 탓인지, 다양한 국책사업 공모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실천적 정책 배정에 있어 불이익을 받을 뿐이다. 그럼에도 충청인들은 행정수도 완성을 기대한다. 이는 지역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 국가백년대계를 염두해 둔 우국충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둔다. 행정수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국가적으로 자원낭비가 심하고, 불필요한 갈등요소로까지 비하되는 것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다 보니 충청인들이 그 실체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위정자들이 당리당략적 시각에서 탈피해야 할 때다. 특히 더 이상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키고,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위해서는 국정을 이끌고 있는 정부와 여당이 행정수도에 대한 의지와 가시적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명실상부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서는 개헌에 포함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이를 곧바로 추진하거나 천명할 수 없다면 정부 여당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 제시하는 것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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