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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분노의 퍼즐…한 조각 진실

2017-09-07기사 편집 2017-09-07 1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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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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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작가들이 강렬한 작품을 들고 나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 이 책 역시 그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거미줄같이 뻗어나가는 이야기 속에 놀라운 비밀을 숨기고 있는 작품이다. 거미줄과 거미줄 사이 텅 빈 공간에 숨겨진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인간의 복잡다단한 심리와 욕망을 집요하게 파헤쳐, 일찍이 경험한 적 없는 반전과 결말로 독자에게 문학적 충격을 안겨줄 소설이다.

이 책은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두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는 구조다. 각각의 이야기는 시점도 다를뿐더러 시공간적 배경도 전혀 다르다. 2012년 12월 서울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 그리고 1963년 삼척 도계의 탄광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범죄추리물을 쓰는 소설가가 한 사회복지사의 은밀한 생을 추적하며 그가 숨기고 있는 비밀에 다가서는 것이 이야기의 한 축이고, 탄광촌에 사는 한 소녀의 신산한 성장기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또 다른 축을 이룬다. 각각 다른 소설로 읽히는 이 두 개의 이야기가 언제, 어떤 식으로 만나고, 인물들은 또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 궁금증을 한껏 고조시킨다.

1부에서는 과거 시점의 주인공인 서희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어지는 2부는 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밤을 지독히 무서워하는 아이, 어릴 때부터 심한 아토피를 앓아 어항에서 키우는 물고기들이 유일한 친구인 아이가 등장한다.

작가는 퍼즐 조각 같은 두 개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주며 아주 조금씩 단서를 흘려 소설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 책의 강점은 원고지 1700매 가까운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술술 잘 읽힌다는 점이다. 작가가 한 편의 소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당장 참고문헌만 보아도 짐작이 간다. 오랜 시간에 걸친 자료조사와 답사 그리고 매일매일 수정한 부분을 작업노트 4권 분량에 기록할 만큼 끈질긴 퇴고 과정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덕분에 치밀한 묘사, 견고한 문체, 속도감 있는 전개가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제 아무리 눈치 빠른 독자라 하더라도 작가가 소설 곳곳에 숨겨둔 트릭을 전부 찾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일부만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충격에 빠졌다가 맨 첫 페이지로 다시 돌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이렇다 할 음악 없이도 엄청난 긴장감으로 관객의 숨통을 조이듯, 이 소설도 그렇다. 이 책은 미스터리 장르물에 흔히 등장하는 살인마나 시체 따위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설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처절한 분노, 먹먹한 슬픔 등의 감정을 강렬하게 자아낸다. 치밀한 자료조사와 취재로 얻어낸 리얼리티 덕분에 이야기가 살아서 펄떡인다. 빈틈을 용납하지 않는 치밀한 구성과 사실적 묘사에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호창 기자



정재민 지음/ 마음서재/ 488쪽/ 1만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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