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읽기

◇백암 박은식 평전(김삼웅 지음)=한말과 일제강점기에 국민계몽과 국권수호에 일생을 바친 백암 박은식의 생애는 `국혼사랑`으로 귀결된다. 교육자이자 고대사연구가이면서 언론인이자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던 그는 민족사연구와 민중계몽을 독립운동의 방법으로 택했다. 박은식은 40세에 언론계에 투신해 순국할 때까지 27년 국민정신의 계몽과 자주독립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많은 논설을 썼다. 그중 태어난 것이 `한국통사`와 `한국독립운동지혈사`다. 저자는 박인식의 생을 좆으며 독자들이 국혼사상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평론을 덧붙였다. 채륜·1만9000원·318쪽

◇나는 오늘도 칼퇴근!(노다 요시나리 지음·정은희 옮김)=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노동시간을 감소시켰지만 현대인들은 생활을 갈수록 바쁘기만 하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절차`라고 말한다. 특별한 방식이나 도구를 쓰지 않고 지금까지 고수해 온 방식만 바꿔도 생산성을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상식과는 다른 방법을 연구해 절차를 잘 만들면 바쁜 와중에도 물리적·정신적 여유가 생긴다. 이 책은 시간관리, 팀 운영, 자료와 명함관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절차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파헤친다. 절차의 힘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그마북스·1만 3000원·241쪽

◇피시본의 노래(게리 폴슨 지음)=무수히 많은 나이테를 통과해온 노작가에게 과연 삶이란 무엇일까. 아니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이백여 권 이상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뉴베리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작가 게리 폴슨. 이미 `청소년 소설의 대가`라는 타이틀이 붙은 그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낯선 소설 한 편을 발표했다. 이제는 자유자재로 다루게 된 `문장`이라는 도구로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노작가는 시처럼, 음악처럼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삶의 투명한 속살을 노래한다. 마치 삶이나 존재에 특별한 형식이나 내용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간결한 묘사로 이루어진 그의 소설을 만나보자. 양철북출판사·1만 3000원·144쪽

◇오직 하나뿐(웬델 베리 지음)=자연을 대하는 자세, 농업을 대하는 태도, 삶을 아름답게 일구어 가는 데 필요한 가치관들이 어떠해야 하는지 열 편의 에세이에 담았다. 어쩌면 이미 다 아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알고 보면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땅`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산업적 기준, 경제성이 아니라 생태적 건강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하는 희망적인 문체가 돋보인다. 땅과 숲, 하늘과 강, 산과 바다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조곤조곤 일러 주는 철학하는 농부 웬델 베리의 잠언들은, 답답한 뉴스 때문에 꽉 막혔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 줄 것이다. 이후·1만 4000원·228쪽

◇사장 부장 다 나가, 혼자 있고 싶으니까(이환천 지음)=아픈 것이 청춘이라고, 청춘은 좀 고통스러워야 한다고 강요하는 대한민국 사회에 `너희들이 아무리 구박해도 우리는 여전히 웃기고 행복하다`라고 외치는 SNS 시인 이환천의 두 번째 시집. 많은 매체를 통해 그저 웃긴 4자시를 쓰는 SNS 시인처럼 비쳐졌던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그의 시가 단순히 B급 병맛 정서로 웃음을 유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간결한 언어로 오늘의 불편하고 씁쓸한 세대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그 생생한 감성을 공유한다, 노량진의 고시촌에서 온갖 사무실의 말단 자리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치는 코피처럼 쌉싸름하고 소주처럼 진한 책이다. 위즈덤하우스·1만 1800원·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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