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말 일본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사건이 있었다.

일명 `사카키바라`사건. 일본 효고현 고베시 한 중학교 정문 앞에 초등학교 6학년생의 머리가 잘린 채 발견됐다. 범인은 언론에 보낸 편지에서 추가 살인을 예고했다. 당시 일본사회는 이 사건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사건 자체도 끔찍했지만 범인을 잡고 보니 만 14살 중학생으로 밝혀졌기 때문. 더욱이 소년은 이 사건 2-3개월 전에도 초등학생을 망치로 때리고 칼로 찌르는 흉악 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소년은 14살로 형사처벌 대상에서도 제외됐고, 소년원도 가지 않았다. 당시 소년법상 16세 이하의 미성년자를 형사처벌 할 수 없어서였다. 이 때문에 소년은 의료 소년원에서 정신과 치료만 받은 뒤 지난 2005년 완전히 풀려났다.

2003년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에서도 만 12살였던 소년이 오락실에서 혼자 게임을 하던 4세 남자아이를 꾀어 발가벗긴 채로 발로 차고 성기를 칼로 찔러 건물 옥상에서 밀어 살해했지만 이 역시 그 어떤 형사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일본사회는 이들 사건을 계기로 미성년 흉악범들에 대한 처벌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들이 필요 이상으로 법의 보호를 받고 이를 악용한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일본은 2000년 형사처벌 연령을 16세 이상에서 14세 이상으로, 2007년 소년원에 보내는 연령을 14세 이상에서 12세 이상으로 낮췄다. 2014년에는 범행 당시 18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최대 20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최근 `부산·강릉 여중생 폭행`사실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10대 청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리나라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 형사처벌 대상은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이다. 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이라 해 형법상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 법이 유지되는 한 이들은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소년법 폐지 촉구 청와대 청원 동참자가 6일 오후 기준 20만명을 넘어섰고 국회에서도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이유다. 자신이 한 일이 범죄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미성년자들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 밀기에는 교화를 시켜 사회에 되돌려 보내자는 제도 취지는 초고속 시대에 사는 지금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소년법 개정 및 폐지가 만능은 아닐지언정 더이상 미룰 수도 없는 문제다.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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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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