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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칼럼] 세종의 표류(漂流)를 끝내자

2017-09-06기사 편집 2017-09-06 18: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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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가 표류하고 있다. 행정수도 얘기다. 벌써 십 수 년째다.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이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의 굴레를 씌운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란 어정쩡한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세종시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탄력을 얻고 있다고는 하지만 앞날은 불투명하다.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는 세종시라는 부분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론화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는 게 현실이다.

세종시의 정체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수다. 그러나 개헌 자체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과 정치권의 동의는 있지만 일정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개헌안 마련도 쉽지 않지만 변수도 많다. 국회 내에 개헌특위가 가동되고 있지만 개헌의 방향만 설정했을 뿐이다. 개헌의 각론으로 들어가면 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각 정파별로 권력구조 개편부터 국민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등에 이르기까지 셈법과 주장이 다르다. 대통령의 권한을 어떻게 나누느냐 하나만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 많다는 반증인 것이다.

세종시가 행정수도라는 등식을 개헌안에 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헌재가 관습헌법까지 동원했던 이유는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란 사고의 틀이 고착됐음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누가 특별하게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수백 년의 역사와 경험을 통해 국민의 사고를 지배해 왔다는 것이다. 때문에 행정수도 세종은 이런 사고의 틀을 바꾸는 작업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보면 그 어느 누구도 서울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중심이라는 점을 부인키 어렵다. 서울이란 도시 브랜드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도 아니요, 글로벌 시대에 도시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할 판에 수도를 굳이 옮겨야 하느냐는 반론도 적지않다. 현실적인 문제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서울과 경기 주민들의 대다수는 부동산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와 수도 지위 상실에 따른 심리적 박탈감 등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의 반대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투표를 해야 하는 만큼 개헌안 마련과정에 정치적 득실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당략에 따라 행정수도 규정이 아예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새삼스레 행정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다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서울의 과도한 집중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낭비는 물론 그것이 국가 균형발전에 얼마나 해가 되는지는 익히 알려진 부분이다. 중앙집권적 정치·사회 구조는 서울시민 외의 국민들을 주변인으로 만들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이 아니면 모조리 '지잡대'로 전락시킨 주범도 따지고 보면 '서울의 특권과 횡포' 때문이리라. 행정수도 세종은 바꿔 말하면 서울과 수도권을 살리기 위한 인공호흡과도 같은 조치이자 모든 국민에게 자존감을 되찾아주는 상징이기도 하다는 논리는 그래서 더욱 합당하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안보 위기가 블랙홀이 되어 모든 논의를 빨아들이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 발사대의 키를 잡고 생존을 위협하는 판국이니 당연한 일이다. 이 와중에 국회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으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공직후보자의 인준이나 청문회도 중단됐다. 하루가 급한 민생법안과 내년 예산안 심의 등도 뒷전으로 밀릴 형편인데 누가 개헌을 언급하고 행정수도 문제를 거론하겠는가.

정치권이 손을 대지 않으면 결국은 국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난달 29일 세종시와 충청권 시민단체로 구성된 행정수도 완성 시민대책위가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한 것도 정치권과 전국민의 동참을 요구하는 마중물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30년만의 개헌이라는 모처럼의 기회를 맞아 대한민국의 행정수도는 세종시라는 규정이 성문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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