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강릉 여중생 폭생 사건의 충격파가 커지자 정치권발(發) 소년법 개정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벌써 소년법은 물론 형법,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 등 3개 법안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도 어제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어 (법률 개정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과 법무행정 주무장관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상황이고 여론도 들끓고 있다면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소년법 자체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른 감이 있고, 일단 소년법상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조정 작업이 먼저라고 판단된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의 소년법 개정안에는 소년법 적용 연령을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추고, 소년범의 최대 유기징역형을 15년에서 20년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살만 축소시켜도 상당한 경각심을 고취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경우처럼 한살 적은 주범에게 오히려 형량이 덜 떨어지는 모순적 상황도 해결될 것이라는 입법 취지가 엿보인다. 또 하나 논란이 되는 사안은 소년법상 나이대 구간인데 만 14세 미만에서 10세까지는 촉탁소년으로 규정돼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된다. 형사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금고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비켜가며 대개는 법원 소년부 판사에 배당돼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 선에서 그친다. 강력 형사범죄의 주동자라 해도 13세까지는 전과기록도 안 남는다. 문제는 부산·강릉 여중생 폭행 사건 예에서 보듯 동일 가해자라 해도 한살 차이로 운명이 갈린다는 점이다. 결국 나이 상한선을 1-2살 내릴지 여부가 관건인 셈인데 스위스, 프랑스 등이 소년 범죄를 다루고 있는 입법 예를 참고하면 방향성이 잡힐 듯하다.

입법 수요가 비등한 상황에서 이를 어느 선에서 수용할지 여부는 궁극적으로 정치권 몫이다. 처벌규정을 세게 하는 게 능사는 아닐 테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청소년 안전망 확장 차원에서 실효적인 결과물을 마련할 때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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