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상징 타워, 도시발전 동력 삼자] ②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57층 규모의 건물 3개가 범선 모양의 스카이 파크를 떠받치고 있는 외형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은, 전망대에서 싱가포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로 꼽힌다. 사진=성희제 기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57층 규모의 건물 3개가 범선 모양의 스카이 파크를 떠받치고 있는 외형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은, 전망대에서 싱가포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로 꼽힌다. 사진=성희제 기자
마천루.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건물이란 뜻이다. 하늘, 곧 신들의 세계에 다가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구약성서에 기록된 `바벨 탑`은 수천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천루는 실용성만 따져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도시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왕국의 위상을 높이는 상징이 될 수 있고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랜드마크로서 도시의 정체성을 밝히는 등대다. 런던의 상징 타워브리지, 파리 에펠탑,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세계적인 대도시들은 모두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갖고 있다. 이 건축물들은 가장 큰 관광자원이자 도시의 자존심이다.

◇대도시의 상징이자 발전동력

어느 정도 높이를 마천루라 할 지 공식 기준은 없지만 보통 200m 이상 건물을 말한다. 우리나라 건축법에선 높이 200m 이상 또는 50층 이상인 건축물을 마천루 개념인 초고층 건물로 분류한다.

마천루는 근대사회 발전에 따라 대도시들이 등장하면서 다시 출현하기 시작했다. 도시인구가 급격히 늘어나자 상업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를 수용할 집적화된 공간이 필요하게 됐고 건축기술 발전과 맞물려 초고층 건물들이 지어졌다. 마천루는 도시발달의 결과물이자 발전동력이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마천루 건물이다. 1931년 완공된 102층 건물로 안테나 첨탑까지 합치면 높이가 443m에 달한다. 화강암과 대리석, 철강으로 이뤄진 빌딩에 불과하지만 뉴욕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매년 400만 명의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기공식을 치른 1929년은 세계적인 대공황이 불어닥쳤던 해다. 1930년대에는 `Empty State Building`이란 별명으로 불렸을 정도로 공실이 많았다. 그러나 긴 불황의 터널이 끝났을 때, 뉴욕은 전 세계 비즈니스의 중심 도시가 됐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그 상징이 될 수 있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처럼 국제도시에는 그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서 있다.

프랑스 파리를 얘기할 땐 누구나 에펠탑을 머릿 속에 떠올리게 된다. 이 무게 10000톤 짜리 철근 덩어리에도 연간 7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파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매력이 크겠지만 `에펠탑이 곧 파리`라는 등식이 사람들 마음에 자리잡아 파리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됐기 때문이다.

마천루가 관광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는 두바이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렇다 할 자연경관이나 유적지도 없이 모래만 날리던 두바이는 초고층 빌딩숲을 조성해 세계적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두바이는 세계 100대 고층건물 중 15개가 건설돼 지난해 기준 마천루가 가장 많은 도시로 평가된다. 현존하는 최고층 건물인 높이 828m `부르즈 칼리파`는 두바이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한해 1000만명의 방문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대만 타이페이의 101 빌딩이 대표적인 마천루다. 초고속 엘리베이터 설치 등으로 유명세를 타며 연간 13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 건물은 대만 관광의 필수코스로 꼽히며,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의 대명사로 서울의 남산타워(N서울타워)가 꼽힌다. 남산타워는 방송 송출 전파탑으로 1975년 탄생했지만 1980년부터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돼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 건축물로 자리매김했다. 연인과 데이트나 가족 나들이의 필수코스였고 특히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은 어김없이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에 올라 타워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다소 유행에 뒤쳐진 듯 했지만 2005년 N서울타워라는 이름으로 새 단장해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위상을 다시 높였다. 1000만 도시 서울을 한복판에서 내려다 보는 전망은 매년 12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명소와 한국인이 선호하는 관광지로 늘 첫손에 꼽히고 있다. 서울 시내 전 지역에서 바라보이는 탑의 높이와 독특한 구조, 형태 등이 시민의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 됐고 최근에는 한류 바람을 몰고 온 각종 예능, 드라마 촬영지로 이름이 높아지면서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관광객 유치라는 효과 외에도 도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효과도 있다. 시민들은 시내 어디서든 남산타워를 볼 때 자신이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

◇부산 원도심 재생의 화룡점정 `용두산타워`

부산관광공사는 8월에 가볼 만한 추천 관광지로 부산 동구와 중구의 산복도로 야경명소를 선정했다. 부산은 해운대, 광안리 등 해안관광지 야경이 유명하지만 산복도로에서 바라보는 부산 원도심 야경 역시 색다른 낭만과 정취를 제공한다. 산복도로 관광코스에는 부산 동구의 `증산전망대`, `유치환의 우체통`과 중구의 `역사 디오라마 전망대`, `부산타워`가 들어 있다.

부산 중구와 동구는 겉보기에는 다른 지자체이지만,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연결된 공동체이다. 산복도로는 문자 그대로 산 중턱에 건설한 도로를 뜻한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쳐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이 산 아래 평지의 토지 및 건설비용이 만만치 않자 집짓기를 포기하고, 산 위에 올라 판잣집을 만든 것이 점차 마을로 형성되고, 마을과 마을은 산복도로로 이어졌다.

부산시는 2011년부터 도시재생사업인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가파른 계단에는 엘리베이터와 모노레일을 설치했고 경치 좋은 곳마다 전망대를 설치해서 주민에게는 휴식공간을, 관광객에게는 야경 명소를 제공했다.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마을 카페, 전시·체험 공간도 만들어졌다. 주민 편의와 관광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셈이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한 `부산 원도심 스토리 투어`는 지난해 12월 열린 `한국관광의 별`(Korea Tourism Awards) 시상식에서 이색관광자원부문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됐다. 한국관광의 별은 관광 발전에 기여한 관광자원, 지방자치단체, 개인 등을 발굴하고 우수한 관광자원을 알리자는 취지로 문화체육관광부가 2010년 제정한 상이다.

스토리투어의 대표적 코스인 `용두산 올라 부산포를 바라보다`의 핵심은 부산타워다. 용두산은 산세가 용을 닮았다 해 붙여진 이름으로 전해진다. 부산타워는 원도심 재생을 이끄는 용두산공원의 화룡점정인 셈이다.

부산타워는 민간사업자인 CJ푸드빌이 운영을 맡아 최근 새롭게 재탄생했다. 1973년 건립돼 40여년이 지나면서 시설이 노후 돼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을 거쳤다. 1층에는 부산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담은 미디어 갤러리를 꾸몄다. 120m 높이의 맨 꼭대기층 전망대가 보여주는 부산 야경은 압권이다. 투명 유리창으로 산복도로, 남항대교, 부산항대교, 영도대교 등 부산 시내와 바다 풍경를 담아낸다. 가상현실(VR) 망원경은 해운대, 태종대, 광안리, 자갈치시장 등 부산의 명소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망대 아래층에는 대형 스크린이 부산타워와 N서울타워를 연결한다. 1876년 우리나라 최초로 개항한 부산항의 모습부터 현재까지 시공을 초월한 부산을 만나게 된다. 부산타워 1층과 2층은 팔각정과 연결돼 있다. 총 세 개 층인 팔각정 1층에는 빕스버거를, 2층과 3층에 투썸플레이스를 운영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용두산공원은 시민과 관광객이 먹고 즐기고 쇼핑할 수 있는 도심 내 원스톱 관광지로 재탄생했다"고 말했다.

이같이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지난 7월 1일 재개장한 부산타워는 7월 한 달 간 방문객은 3만 6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만명 가량이 늘어난 숫자다. 부산타워가 살아나면서 원도심인 중구 지역엔 관광객 증대와 경제 활성화의 온기가 퍼지고 있다.

대전도 관광도시의 그림을 그리려면 부산처럼 낙후된 원도심에 방점을 찍어넣을 필요가 있다. 오월드, 효(孝)뿌리공원, 대전아쿠아리움 등 인프라와 대청호와 식장산, 보문산으로 이어지는 관광벨트의 화룡점정이 될 상징타워 건설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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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페이에 있는 101 타워. 대나무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이 곳은 기네스 북에 올랐던 초고속 엘리베이터 등으로 유명세를 타며 연간 13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성희제 기자
대만 타이페이에 있는 101 타워. 대나무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이 곳은 기네스 북에 올랐던 초고속 엘리베이터 등으로 유명세를 타며 연간 13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성희제 기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중심에 있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Petronas Twin Tower). 88층 높이의 쌍둥이 빌딩으로 말레이시아가 2020년에 선진국에 합류한다는 비전2020 계획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사진=성희제 기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중심에 있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Petronas Twin Tower). 88층 높이의 쌍둥이 빌딩으로 말레이시아가 2020년에 선진국에 합류한다는 비전2020 계획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사진=성희제 기자
부산타워 전경. 사진=부산관광공사·CJ푸드빌 제공
부산타워 전경. 사진=부산관광공사·CJ푸드빌 제공
부산타워 전경. 사진=부산관광공사·CJ푸드빌 제공
부산타워 전경. 사진=부산관광공사·CJ푸드빌 제공
부산타워 전경. 사진=부산관광공사·CJ푸드빌 제공
부산타워 전경. 사진=부산관광공사·CJ푸드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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