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남쪽으로 93㎞,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닌빈 주 땀꼭(Tam Coc) 지대는 베트남 북부지역 여행코스 중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하롱베이 다음으로 인기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육지의 하롱베이`로 불리는 땀꼭은 하롱베이 스케일과 감흥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중국 계림(桂林)보다는 더 멋진 곳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사랑하는 이와 함께 추억의 한 장면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다면 하롱베이보다 더 멋진 곳이다.

베트남의 여느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이곳에서 나룻배(삼판)를 타고 수로(水路)를 오가며 마주치는 외국인 관광객 거의 대부분은 프랑스인들이다. 수로를 따라 유람하다 보면, 서로 마주보고 담소를 나누는 젊은 연인에서부터,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과 조우할 수 있다.

`삼판` 나룻배에는 노를 젓는 사람과 뒤에서 배를 미는 사람 2인 1조가 돼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탑승인원 4-5인의 삼판을 타고 왕복 2시간 남짓 강줄기를 따라 땀꼭 일대를 둘러보는 재미는 유람선 관광의 묘미와는 사뭇 다르다. 주변 경관과 분위기가 무척 아기자기해 보다 서정적인 분위기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선착장을 출발해 20여분을 지나다 보면 농수로의 수위 조절 목적으로 설치된 난간에 가로막혀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어서 중도에 내려 배를 넘기고 다시 유람을 시작해야 하는 구간도 있다. 출발 시 곳곳에서 사진을 찍던 현지인을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되는데, 놀랍게도 자신이 출발할 때 찍은 사진을 들고 와 1달러에 사달라고 떼를 쓴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백척간두의 절벽들이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해 다가온다. 간간이 논 사이로 줄을 지어 노니는 오리 떼의 평화로운 광경도 시야에 들어온다. 뿐만 아니라 깎아지른 듯 수직으로 서 있는 바위산 절벽 사이를 마치 곡예 하듯, 헤집고 먹이를 찾아 헤매는 산양(山羊·라우제) 무리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아기자기한 풍경 속에 파묻히다 보면, 잊지 못할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 둘 떠오르고 아득한 옛 시절의 추억 속으로 빠져 자기도 모르는 새 입가에서 시 한수가 흘러나온다. 잠시 상념에 젖다 보면 다른 일행을 태운 삼판이 미끄러지듯 옆을 스쳐 지나고, 막간 사이사이로 해맑은 미소가 번져 흘러 마음 깊이 여운으로 남는다.

`땀꼭`이란 베트남어로 `세(3) 동굴`이란 의미다. 말 그대로 땀 꼭 지대를 여행하다 보면 항까(Hang Ca)·항하이(Hang Hai)·항바(Hang Ba) 등 3개의 대표적인 동굴을 지나게 된다. 이 세 개의 동굴은 형태와 색깔이 각각 다른 아름다운 종유석과 석순으로 이뤄져 있어 색다른 묘미를 안겨 준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은 이들 동굴을 지날 때는 항상 머리가 부딪치지 않도록 몸을 최대한 숙여야 한다. 땀꼭에서 경험하게 되는 낭만과 운치를 몇 십 배 더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연인이나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이곳을 찾는 게 좋다. 제3 동굴까지의 유람을 마치고 돌아오다 보면 왜 그런 지 비로소 그 속 깊은 이유를 알게 된다.

그리고 이 곳 유람여행의 매력 포인트는 도심에서 벗어난 베트남 시골의 후덕한 인심을 마음으로 듬뿍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지 유람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무리수를 두지 않고 늘 만면에 미소를 잃지 않아 오랜 동안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참고로 하노이를 포함하는 베트남 북부 자유여행 여정으로는 하노이 2일·하롱베이 2일·땀꼭 1일·사파 3일 등 총 7박8일 여정이면 좋다. 땀꼭 자유여행은 하노이 시가지 곳곳에 점포를 둔 신 카페나 킴 카페 여행사가 선보이는 1일 여행 패키지를 이용하면 좋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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