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작가展

배대리의 여백, 1993, 나무, 철, 청동, 200x100x200(h)cm. 구본주作
배대리의 여백, 1993, 나무, 철, 청동, 200x100x200(h)cm. 구본주作
아라리오뮤지엄 제주에서 한국현대미술작가 3인 개인전이 동시에 열린다.

아라리오뮤지엄은 이번 가을 제주에서 제주비엔날레와 연계해 세 작가의 개인전을 동시에 연다. 먼저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II에서는 내년 9월 30일까지 한국 구상조각의 전성기를 이끌어낸 천재 조각가 구본주(1967-2003)의 15주기를 기념한 회고전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이 과장의 이야기:아빠 왔다`를 연다.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도 내년 9월 30일까지 한국 후기 단색화를 이끈 작가 김태호의 개인전 `호흡(Pneuma)`, 그리고 내년 6월 10일까지 제주 몽돌에서 시간성을 발견하는 작가 문창배의 `몽돌의 노래`를 전개한다.

이번 전시의 특성은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시간성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구본주 작가의 회고전에서는 구상조각을 통해 아버지의 옛 청춘과 삶의 무게에 버거워하는 오늘날의 청춘 모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전시는 `21세기를 빛낼 조각계의 떠오르는 별`로 불렸으며, 권진규 작가와 류인 작가의 뒤를 이어 1990년대 한국 구상조각의 전성기를 이끌어냈으나 불의의 사고로 37세에 귀천한 비운의 조각가 구본주의 15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기획됐다. 구본주의 대표적인 목각(木刻) 작품들과 더불어, 흙, 청동, 철 등 전통적인 조각의 재료를 자유자재로 다룬 형상조소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 30여 점이 동문모텔II 전관을 채운다.

구본주의 작품 안에는 1980년대 학생운동과 민주화투쟁에 앞장서고 1990년대 외환위기를 겪는 등,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에 가정과 사회를 온몸으로 지켜낸 386세대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전시 제목 `아빠 왔다`는 밤이 되어 긴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가 집으로 들어서며 뱉는 첫 마디에서 가져왔다. 전시는 `이 과장`이라는 익명의 개인이 직장, 사회, 가족 안에서 겪는 하루를 스토리 형식으로 풀어냈다. 회사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구석에 숨어 담배를 피우고, 거리에 나가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고, 동료들과 소주 한 잔 걸치고 돌아오는 퇴근길에 전봇대에 서서 오줌을 싸는 이 과장의 초상은 우리네 아버지들의 주름진 시간과 오늘날 우리가 겪는 현실까지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에서 개인전을 여는 김태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30여 년에 걸친 긴 시간 동안 지속해온 물성에 대한 연구와 독특한 질감이 도드라지는 회화 작업을 제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제주 몽돌에서 자연의 순환과 그 시간성을 발견하는 작가 문창배는 이번 전시에서 몽환적인 분위기의 몽돌 회화 연작을 선보인다.

아라리오뮤지엄 송예진 선임큐레이터는 "아라리오뮤지엄이 한국현대미술의 각 분야에서 손꼽히는 세 작가를 엄선해 개인전을 준비했다"며 "관람객들이 장소적, 시대적 공감을 느끼고 작가와 교감하는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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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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