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밤 한미 미사일 지침의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애기로 한 것은 그만큼 북의 위협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에 제한을 받아왔다. 2012년 지침 개정으로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가 800km로 늘었지만 탄두 중량은 500kg으로 묶여 있었다. 사거리 500km와 300km의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각각 1t, 2t으로 규정했는데, 이는 사거리를 줄이면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한 양국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500㎏의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은 비행장 활주로를 파괴하는 수준이지만 1t 이상으로 늘릴 경우 지하 수십m 깊이에 구축된 시설도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이라고 하니 중량 제한 철폐가 갖는 의미는 막중하다.

한미 정상이 한미 미사일 지침상의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키로 전격 합의한 직후 우리 정부가 탄두 중량을 대폭 늘린 고위력의 신형 탄도미사일을 개발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북이 이미 핵개발에 성공해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에 근접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이 이라크와의 걸프 전쟁 때 개발한 벙커버스터와 같은 위력의 폭탄은 그만큼 북의 도발에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남북간 비대칭전력의 불균형 해소에는 역불급이지만 유사시 북 수뇌부와 핵심시설에 탄도미사일을 집중 발사해 파괴하는 이른바 대량응징보복체계(KMPR)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어 시의적절한 조치인 것 같다. 아울러 미사일 주권을 확보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에 대한 독자적인 응징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는 자칫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할 우려도 없지 않지만 어디까지나 자위수단이다. 북의 6차 핵실험에 따라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적 핵무장론 등의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면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이번 조치가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우리 군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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