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신 FCD댄스컴퍼니 대표
서윤신 FCD댄스컴퍼니 대표
우연히 병원에 갔다가 진료실 앞에 서서 어머니와 실랑이를 하는 어린 아들을 보았다. 어머니는 아들의 다친 상처를 보기 위해 옷을 들추었고 아들은 그런 어머니의 행동에 옷을 다시 내리며 짜증 가득한 표정을 얼굴에 가득 머금었다. 그리고 아들이 말했다. "엄마 사람들 있는 데서 옷 들추지 마 제발." 엄마는 말한다. "얼마나 다쳤는지 걱정이 되서 그렇지." 순간 어찌나 그 장면이 가슴이 아파오던지.

어린 시절 나와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일까? 35년의 생을 살아오며 경험하고 보아왔던 많은 그림들이 떠올랐다. 자식이 입으면 예쁠까 하여 옷을 사서 선물했더니 그 옷이 마음에 들지않는다며 짜증을 내는 모습, 비싼 가격에도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며 아낌없이 요리해 자녀에게 내놨더니 맛이 없다며 자리를 일어나 버리는 모습, 늦은 시간 걱정되어 전화를 걸었더니 친구들이랑 있다고 전화 좀 그만하라고 끊는 모습….

서로의 마음은 알고 있지만 어긋나는 이 모습은 소통의 부재에서 일어나는 비극이기도 하다. 이런 부모와 자식 간의 모습은 예술인과 관객을 연상시킨다.

예술인들의 삶의 목적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그들이 집중하고 빠져 있는 자신의 생각과 이미지들을 각자의 기능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표현방식으로 구현해내는 것에만 빠져 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음식을 만들거나 옷을 사고 대화를 할 때 그의 입장에서 자식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자식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자신의 취향까지, 너무 많은 것을 본다. 같은 걸 보지만 각기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으니 대화가 이루어질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식의 입장에서 조금만 어머니의 시선을 이해하고 어머니 입장에서 한 걸음만 뒤로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더 많은 것들과 많은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서로의 경험을 관점으로 삼다 보니 예술은 때로 `일방통행`이 된다. 예술을 하다 보니 이제야 어머니의 마음을 깨닫는다. 많은 인터뷰에서 묻는다. 가장 존경하는 아티스트가 누구냐고 말이다. 나의 대답은 늘 같다. 김미희 아티스트, 나의 어머니다. 나의 주관적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에서 가장 아티스트 다운 아티스트는 어머니다. 서윤신 FCD댄스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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