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독수리, 중국의 팬더, 호주의 캥거루, 캐나다의 메이플(단풍잎), 오스트리아의 필하모닉.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외국 조폐국들이 자국을 대표하는 상징물을 활용해 오래전부터 만들어온 `불리온(Bullion) 사업`의 디자인 소재들이라는 점이다.

`불리온`이란 단어를 아직은 귀에 설어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불리온`은 금괴, 은괴 등 귀금속에서 괴(塊, 덩어리)를 뜻하는 말로, 프랑스 루이 13세 때 재정장관이었던 `끌로 드 불리온`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금(金) 또는 은(銀) 지금(地金)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불리온`을 도입, 2016년 새로운 문화상품 `호랑이 불리온 금메달`을 출시함으로써 불리온 사업의 첫 발을 내딛었다.

한국을 상징하는 동물로 `88 서울 올림픽`에서 마스코트로 쓰인 바 있는 호랑이를 디자인 주제로 한 불리온 메달은 순도 99.99%의 순금으로 만들어진다. 불리온 메달 판매가격은 고정된 게 아니라 금 시세에 연동해 정해진다. 시세에 따라 투자 시기를 판단, 선택할 수 있다. 안전자산으로서의 투자가치 외에 매년 새로운 디자인의 호랑이 모습을 담아 한정 수량 출시되므로 수집가치 또한 높다.

투자가치와 수집가치가 결합된 신개념 문화상품 `호랑이 불리온 메달` 은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해외 조폐국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는 불리온 사업을 통해 자국내 금 보유를 확대하는 한편 수출로 국익을 늘리고 있다. 아울러 팬더, 캥거루, 메이플 등 대표 상징물을 통해 자국을 홍보하고 이를 다양한 관광 상품과 연계, 관광산업 발전을 꾀하기도 한다.

세계의 불리온 사업이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 비하면 `호랑이 불리온 메달`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성장 가능성은 해외에서의 호평에서 드러난 것처럼 더욱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호랑이 불리온 메달`을 해외에 처음 소개했을 때만 해도 미국-독수리, 중국-팬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불리온 제품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세계시장 문턱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조폐공사는 독일, 일본, 미국, 중국 등지에서 열리는 국제 화폐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해 `호랑이 불리온 메달`의 품질과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홍보, 인정받음으로써 해외시장 문턱을 성큼 뛰어넘고 있다. 그 결과 올들어 8월말까지 3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출실적을 이뤘다. 해외에서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 계획한 판매수량이 조기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폐공사는 국내 투자자들이나 수집가들의 편의를 위해 이번 달 4일부터 15일까지 31.1g, 15.55g, 7.78g 및 세트 불리온 상품 한정수량을 농협은행을 통해 판매한다.

조폐공사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 추진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현금 수요 감소에 따른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힘차게 포효하는 호랑이처럼 `호랑이 불리온 메달`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또다른 문화상품으로 우뚝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김성현 한국조폐공사 귀금속사업·인증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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