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능 절대평가를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1년 뒤인 2022학년도로 전격 유예되면서 현재 중3, 중2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 발표와 동시에 서울 대치동 중학교 학부모들은 학원과 전문가를 수소문하면서 상담을 받는 모습이다.

결국 2021학년도 수능 대상자인 현재 중3 학생들은 2015개정교육과정으로 수업을 받으면서 현재 수능(영어·한국사만 절대평가로 진행되는 현재와 동일한 형태의 수능)으로 대입을 치르게 됐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학교수업 따로, 수능수업 따로` 해야 하는 부담을 염려하고 있다. 또 수능 개편으로 인한 혼란은 중2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중2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이번 수능 개편 유예 결정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중3, 중2 자녀를 둔 강남의 한 학부모는 "첫째, 둘째 아이 모두 교육부의 실험대상이 됐다"며 "결국 믿을 곳은 학원뿐이라는 대치동 엄마들 말이 딱 맞았다. 학원 설명회 및 상담 등 엄마만 바빠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첫째와 둘째가 한살 차이인데 수능이나 대입제도는 극과 극이 될 판"이라며 "앞으로 동시에 입시준비를 해야 할 텐데 혼란스럽고 걱정이 앞선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부분의 중3학부모들은 "학습부담도 큰 걱정이다. 학교수업은 새 교육과정으로, 수능은 옛 교육과정 체제인데 지금 고1이나 중2보다 내신·수능대비 부담이 커질 게 당연하지 않나?"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사교육 근절을 위해 수능을 개편하겠다던 교육부가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사교육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목동의 중3 학부모들은 "교육과정 따로 수능 따로인 상황에서 결국 수능대비는 학원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 교사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일반고 교사는 "새 교육과정 취지에 맞춰 학생 중심으로 교육을 하고 싶지만 수능만 준비하겠다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요구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이런 상황이 교사들에게는 수업부담이 되고, 심리적 스트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히려 강남 학원가는 교육부의 발표를 반기는 분위기다. 강남 대치동의 한 원장은 "수능 개편안 유예가 발표되자 마자 학부모들의 상담 전화가 빗발쳤다. 불안해 하고, 초조해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부분 학원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 역시 9월 한 달 동안 강남과 부천, 인천 등 각지에서 학부모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미 상황은 종료됐다. 교육부의 결정을 놓고 왈가왈부할 시간은 없다. 학생과 학부모 스스로 혼란을 빨리 정리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일정을 짜야 할 때다.

에듀 비교과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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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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