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9월 5일. 인류는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탐사를 위해 작은 위성을 쏘아 올렸다. 바로 보이저(Voyager) 1호다. 이름 그대로 여행자란 뜻을 지니고 있는 위성은 아마도 `골드 레코드`로 더 많이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골드 레코드란 지구의 각종 정보를 담고 있는 레코드판으로 사진과 각국의 언어로 녹음한 인사말, 수학공식, 지구의 위치, 인간에 대한 정보, 클래식 음악 등이 담겨 있다. 만약 보이저 1호가 외계 생명체와 조우할 경우, 지구를 소개하기 위해 제작한 레코드판인 셈이다. 이 위성이 우주를 여행한지 40년이 되었다. 오늘은 보이저 1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보이저 1호는 1979년 3월 5일 목성에 가장 가깝게 접근했으며 좋은 해상도를 갖춘 관측 데이터를 얻었다. 이 시기에 목성의 위성과 고리, 목성계의 자장과 방사선 환경에 대해 정보를 얻었고, 약 4월에 촬영을 종료한 뒤 토성을 향해 비행을 시도했다. 1980년 11월 12일에는 토성에 가장 근접했다. 토성의 고리가 1겹이 아닌 복잡한 구조를 가진다는 것을 알아냈고, 토성과 타이탄의 대기 성분을 조사했다. 1986년에는 천왕성에 도착했고, 1989년에는 해왕성을 통과하면서 외행성 조사라는 임무를 다했다. 보이저 1호는 1990년 2월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 지구를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 약 60억km 떨어진 우주에서 촬영된 지구는 작은 점으로 보였다. 이 사진은 아마 천문학 사진 중에 가장 유명한 사진이 아닐까 싶다. 칼 세이건의 저서 `창백한 푸른점`이 바로 그 이름이다. 사실 이 사진은 `가족 사진`이란 프로젝트로 태양계의 행성 사진을 찍는 작업이었다. 지구 사진 역시 그때 찍힌 한 장의 사진이었다. 칼 세이건은 책에 "지구가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썼다.

보이저 1호는 끝없이 넓은 우주를 향해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있다. 발사된 지 벌써 40년이 되었고, 초속 17k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가고 있다. 즉 지금도 지구에서 가장 멀리 보낸 물건이라는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2016년 5월을 기준으로 보이저 1호는 지구로부터 약 201억km 떨어진 지점을 지나고 있다. 태양과 지구의 간격을 1AU라는 단위로 지정했는데 약 134AU에 해당하는 거리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빠른 빛의 속력으로도 19시간을 이동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그리고 이 거리는 태양계의 경계면을 통과해 미지의 우주로 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태양계의 경계를 넘어 매일 매일 우리가 본적 없는 미지의 세계로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 1호는 이미 예상 수명을 넘어 우주를 비행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2030년까지는 지구와 통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우주에 관심을 쏟고, 우주에 값 비싼 발사체를 쏘아대는 것이 멍청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밤 하늘의 별자리 신화로 치부하기에는 우주는 너무나 넓고 신비하다. 아마 보이저 1호는 통신이 두절되는 그날까지 인류가 우주와 가까워진 하나의 기적으로 남겨질 것이다.

- 전우람 명진교육 쌤학원 과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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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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