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다 할 때

똥에게 죄송하다

여우 같은 할 때

여우에게 죄송하다

독사의 자식 할 때

독사와

독사 조상에게 죄송하다

개 같은 할 때

개들에게

태어날 개들에게 죄송하다

쥐새끼 같은 할 때

김재규가

차지철에게 버러지 같은 할 때

쥐새끼에게

버러지에게 죄송하다

하이에나

늑대 할 때

그들에게

그들의 탄자니아 초원에게 죄송하다

소위 잡초들에게 죄송하다

달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처음 부른 노래. 그 노래로 우리는 직유를 최초의 비유법으로 배웠다. 비유법 중 제일 간단하고 명쾌한 형식. 두 개의 사물을 직접 비교해 표현하는 쾌감이 크다. 그로부터 우리는 수많은 직유를 구사해왔다. 그만큼 직유에 일찍 길들여졌겠지. 직유란 얼마나 빠른 화살인가. 거침없이 날아가 과녁에 명중하는 그 느낌. 또 얼마나 정확한가. 조금의 머뭇거림 없이 주저함도 없이. 속사포로 날아가 중심을 관통하는 힘이란. 단도직입적으로, 저것을 끌어다 이것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직선의 철도 위를 달리는 KTX처럼.

그러나 제동거리 너무 길어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가까스로 멈추고 자칫 삼중 사중추돌. 앞만 보고 달리는 직선은 얼마나 무모한 논리인가. 그 직선 속에 스며있는 선입관과 편견 그리고 완고한 습성은 또 어떠한가. 상대를 절대 배려하지 않는 고집과 완력. 이 시 내용은 한 구절에 압축된다. "언어는 이미 언어의 죄악"이라고. 그래서 포근히 감싸 안는 은유가 더 그립다. 곡선이 모여 이루는 포근함의 미학. 저 푸른 산의 능선. 구름의 길이며 바람의 물결이며. 도랑물의 흐름과 물소리. 그리고 꽃잎이 떨어지는 저 몸짓. 김완하 시인·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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