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민낯은 바로 권력이다. 막스 베버는 정치권력은 정책과 제도를 생산 국가를 운영하게 된다고 간파하였다. 헌데 정책 생산과정에서 자칫 진영 논리가 개입되고 선과 악이란 이분법으로 접근하게 되면 어느 나라든 추동력은 떨어지고 국제 경쟁 대열에서 낙오되어 망국에 이른다.

이것이 역사적 교훈임에도 위정자들은 무오류와 선민의식의 자만에 빠져 무리하고 탈나는 정책을 밀어 붙여 왔고 결국에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도 치유하기 어려운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함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몇 번의 정권 교체를 거치며 내로남불식의 정책 추진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들이 불안 해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을 보면 지난 정권에서 한 것을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뉘앙스가 아주 강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전 정권의 정책을 부정하는 행태는 매번 있어 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많은 부분에서 과거 정권과는 다른 정책을 만들거나 부정하며 추진하였다. 그 한 예가 큰 정부를 지양하며 나타난 공공부문의 비대화이다. 물론 오늘날 문제인 정부처럼 대놓고 공공영역을 선심성 정책 추진하기 좋은 무주공산의 문전옥답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그저 조심스럽게 야금야금 공무원을 비롯하여 정부출연기관, 공기업 임직원의 급여를 티 안나게 기술적으로 인상해 주었으며 정원도 슬쩍슬쩍 명분을 만들어 확대하는 정도이었다. 모두가 올라간 월급에 좋아 했고 정원 확대에 따라 당연히 승진 잔치도 할 수 있었으며 직원들의 업무 강도는 낮아지게 되었다. 덕분에 정권교체에 따른 공공부문의 동요나 불안감을 최소화 할 수 있었으며, 국민만 모르는 이런 혜택 덕분인지 당시 공무원 밀집 거주 지역이었던 개포동이나 과천에서 의외로 지지표가 많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런데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선 제일 먼저 한 것이 공공부문의 축소화였다. 당시 언론들이 과거 정부의 공공부문 비대화가 나라 망치는 주범인양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 한 측면도 있겠으나 행정수요와 조직의 형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전 공공부문에서 10% 인력 감축을 추진하였다. 전 정부에서 공공부문이 비대화 되었으니 그 반대로 하면 국민이 환영할 것이라는 정치 논리가 작용한 것이나 참으로 답답하고 어리석은 정책이었다. 양질의 일자리 하나가 시급한 판에 필요 최소 인력마저 고용하지 않았고 있는 사람도 줄이라고 난리를 쳤으니 취업문은 더욱 좁아지고 조직 내부에서는 인사적체에 업무 과부하로 피로감이 극에 달하였다.

반면에 사회적 행정 수요 증대에 따른 불가피한 일들을 임시 인력으로 충당하는 통에 비정규직 양산의 단초만 만들었다. 박근혜 정권 정책은 마치 주홍글씨의 낙인이 찍힌 것 같아 입에 담기도 민망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깜냥껏 나름은 사명감을 같고 추진한 것으로는 성과연봉제, 공무원 연금 개혁, 산하기관의 관피아 차단 등이다. 이중에서도 세월호 사건이후 관피아 논란에 막혀 공무원들이 퇴임 후 갈 곳을 차단하는 바람에 이들의 볼멘소리가 담장 밖으로 터져 나왔고 결국 "벌거벗은 임금님" 꼴의 희극적인 정부로 추락하였다. 아마도 이런 흐름이 세종 시에서 야권 국회의원 당선을 가능하게 하였을 것이다.

한편 문제인 정부 역시 전 정부 정책은 무조건 적폐로 낙인찍어 뒤집고 없애고 원 위치시키고 있다. 아예 공공조직을 일자리 구휼청 정도로 여기고 있으며, 연봉제를 호봉제로 돌려놓았고,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화 하겠다고 서슬 시퍼렇게 추진하고 있다. 물론 필요하면 정책을 새로 만들 수 있고 전 정부의 정책을 폐기할 수도 있다. 허나 무조건 전 정부의 것은 나쁘다, 틀렸다는 잣대를 들이대면 분명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정권 교체를 통하여 우리는 학습하였다.

이제는 이런 학습 효과와 국가 경쟁력 하락을 극복하였던 독일 슈뢰더의 사회개혁을 교훈 삼아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뺄셈이 아닌 덧셈의 정치가 절실하다. 이렇게 할 때 대내외적인 위기를 벗어나 2만 불 대의 중진국 함정을 극복한 자랑스럽고 당당한 대한민국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김동회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 교수·충남도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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