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바쁜 현대인에게는 달걀만큼 만만한 식재료가 없다. 일반 가정집 냉장고를 열어보면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계란, 매일 식탁에 오르는 국민 반찬이자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필자 또한 끊이지 않게 구입하는 식재료로 달걀을 소비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최근 달걀 살충제 파동으로 인해 계란이 우리 집 식탁에서 사라졌다.

이는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문제가 발생하면서 달걀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얼마전 우리나라에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소비자들이 불안한 나머지 달걀 구입을 꺼려하게 된 것이다. 결국 정부는 전수조사를 시작하게 됐고 대형마트에서는 당분간 달걀판매를 중단한다고 선언까지 했다. 이러한 사태를 보면서 필자는 우리가 소비하는 축산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지난 8월 29일 대전YWCA에서는 `행복한 닭이 건강한 알을 낳습니다` 라는 제목으로 농장동물의 복지와 음식문화의 윤리에 대한 강연을 연 바가 있다. 내용에 의하면 전국의 산란계 농장은 모두 1100여곳으로 이 중 99%는 케이지(쇠창살이나 철사로 만든 짐승의 우리)에서 사육되고 있다. 닭 한 마리당 케이지 면적은 0.05㎡로 A4 한 장 정도 크기에서 사육되고있고 날개조차 펼 수 없어 몸을 돌릴 수도 없다. 결국 닭이 알을 낳게 되면 자동으로 굴러가도록 만들기 위해 경사가 있어서 닭들이 편하게 설 수조차 없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자동 환기 시스템과 온도조절 장치를 갖춘 첨단 계사(닭우리)는 모두 창이 없는 계사로 돼 있다. 나름 과학적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닭의 생태는 철저하게 왜곡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래 닭의 특성상 모래 목욕을 통해 진드기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런 케이지 사육 상태에서는 진드기를 스스로 제거할 수 없어서 꼭 살충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축산업계는 말한다. 결국 닭들은 살충제에 의해서 내성이 생기게 되고 살충제 살포 주기 또한 빨라지게 된다. 이처럼 끔찍한 공간속에서 생활한 닭에서 태어난 알이 과연 건강한 알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이미 관행적으로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조차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제 서야 허겁지겁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살충제의 기준을 만든다고 하지만 이미 닭의 자연적 생태를 왜곡한 상태에서 아무리 정부가 이를 관리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가축들이 건강하게 사육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라고. 또한 우리가 먹고 소비하는 축산물, 가축사육 농장, 사료, 도축장, 가공장, 유통업체까지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점검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유덕순 대전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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