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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북한 미사일과 가미가제

2017-08-31기사 편집 2017-08-31 18: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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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한반도에서 남북한 사이에 전면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요시다 시게루(1878-1967) 일본 총리가 맨처음 한 말은 "이제 일본은 살았다. 하늘이 일본을 돕는다"였다. 우리로선 기가 막힐 일이지만, 바다 건너 바로 옆 나라에서 벌어진 불행한 전쟁에 요시다 총리가 기뻐했던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일본 내부사정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을 점령한 미국은 일본의 재벌을 해체해 20-30년 전인 1920년대 수준의 '2류 공업국'에 머무르게 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다시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생각에서다. 한국전쟁 발발로 미국은 이를 바꿀 수밖에 없었고, 일본은 연합군의 병참기지로 전환된다. 일본의 산업은 요시다 총리의 예견대로 1964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등 눈부신 부흥의 길을 걸었다.

요시다만 그랬던 건 아니다. 당시 요시다 내각의 한 각료는 1953년 7월 27일까지 무려 1129일 동안 계속된 한국전쟁을 '가미가제'(神風)로 비유했다고 한다. 가미가제 하면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 항공기를 몰고 미군 군함에 자살폭탄공격을 하던 부대로만 알고 있지만, 본래는 '신(神)이 일으킨 (신령한)바람'이라는 뜻이다. 원나라 지배와 간섭을 받게 된 고려 후기, 고려·원나라 연합함대는 일본을 정복하러 출항했지만 때마침 불어닥친 태풍에 몽땅 쓰시마해협에 수장됐다. 이 연합함대를 막아낼 전력이 없던 당시 일본이 이를 기뻐했음은 물론이다. 이후 일본은 일본을 보호하고 가호(加護)한다고 여기는 바람, 넓게 보아 이 같은 현상을 가미가제라고 부른다.

남의 나라 위기와 불행에 미소짓는 현상은 지금도 계속된다. 지난 8월 29일 오전 북한이 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호가 일본 상공 550㎞ 높이를 지나 태평양 쪽으로 날아갔다. 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실권을 잡은 이후 59번째 미사일 발사다.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 전 위원장이 사망하기까지 12발의 미사일을 쏜 것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단적인 예가 되겠다. 우리로서는 적잖은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받는 일일 수밖에 없는데, 사학비리로 지지율이 30% 선으로 곤두박질 친 아베 총리에게 이는 호재다. 일본에 위협이라며 겉으로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화장실에서는 기뻐할 일이다. 일본 역시 북한이 한국, 일본과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능력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전쟁을 미사일만 갖고 하나.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한국에도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일본 역시 알고 있다. 핵무기를 갖고 있지만 핵무기 공격을 하는 순간, 김정은과 북한의 운명은 그것으로 끝이라는 점을 북한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괌 포위사격' 운운할 때 중국이 8월 11일 관영매체 사설을 통해 "북한 도발로 미국이 반격하면 중국은 중립을 지키겠다"고 한 방침은 일단 김정은 위원장의 발목을 잡는 효과를 내긴 했다. 아무튼 김정은 위원장의 마지막 목표는 레드라인 근처의 근처, 턱 밑에까지 치고 가는 도발을 계속해서, 미국과 협상테이블에 앉아 북한의 체제보장을 받아내는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일 테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을지 말지를 주시해야 하는 피곤한 상태가 계속되긴 하지만,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긴장이 계속되는 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 군수산업의 주요 고객이 되는 상태는 이어지고 미국의 전략적 이익도 견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북한의 도발이 미·일에 나쁘지 않은, 때로는 호재가 되는 결과를 낳을 때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건 우리다. 이런 정세를 바꿀 카드가 현재로선 우리에게 없다. 이스라엘제 아이언돔 같이 높은 방어효과를 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등 3축 체계가 완비돼 있다면 그나마 스트레스가 덜할 텐데, 이게 아직도 안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 많은 돈 갖고 뭐했나"라고 질책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보기에도 그렇다. 우리는 답답하고, 이웃들은 속으로 미소를 짓는 상황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류용규 편집부국장겸 취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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