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농민들은 중국인들처럼 범을 산신령의 화신으로 숭앙하지 않았다. 조선인 마을 촌장은 만주의 털범은 이틀 전에 소수민족 나무꾼들을 습격하여 잡아먹었다고 말하면서 범사냥을 하는 러시아인 사냥꾼들을 환대했다.

촌장은 소수민족 사람들이 사는 도토리마을 주변에는 지금도 시베리아 대호가 돌아다닌다고 알려주었다. 보꼽상사 일행은 그래서 그 소수민족 마을을 찾아갔다. 광대한 시베리아 광야에는 폭풍과 폭설은 멈췄고 눈만이 무릎까지 쌓여 있었다.

보꼽은 소수민족마을에서 전날 시베리아 대호의 습격을 받았던 나무꾼을 만났다. 네 명의 나무꾼들이었는데 전날 범은 그들을 습격하여 그중 한 명을 잡아먹었다는 말이었다. 나머지 세 명은 얼른 나무 위로 올라가 목숨을 건졌는데 범은 젊은 시베리아 대호였다는 말이었다.

생후 2년쯤 되는 젊은 수컷이었으며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마구 덤벼들었다는 말이었다.

캡틴 키난과 보꼽은 놈이 소수민족 나무꾼들을 습격했다는 침엽수림에서 놈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놈은 거기서 사냥한 소수민족 나무꾼의 시체를 모두 뜯어먹고 광야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냥꾼들은 놈을 사로잡기로 했다. 어미로부터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발자국으로 봐서 다 성장한 녀석으로 보여졌다. 엄청난 발자국이었으며 그 정도의 발자국 같으면 몸무게가 100관(400kg)쯤 될 것 같았다.

발자국 추적이 시작되었다. 추적한 지 반나절쯤 되었을 때 저쪽 돌산의 바위 위에 놈의 모습이 보였다. 캡틴이 망원경으로 살펴보니까 호화로운 백색 외투를 입은 수컷이었다. 다 성장은 했으나 아직 어린 티가 남아 있었다.

그 범은 추적자가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경고를 했다. 놈은 이쪽을 노려보면서 크게 포효를 했다. 계속 뒤따라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이었다.

사냥꾼들은 물론 그런 경고는 무시하고 계속 추적했다.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자 불을 피우고 야영을 하고 다음날 새벽 다시 추적을 계속했다.

범은 빠른 걸음으로 광야의 북쪽으로 도망가고 있었으나 추적은 계속되고 있었다.

다음날 오후 다시 도망가는 범의 모습이 발견되었다. 녀석은 집요한 추적을 당하자 신경질이 된 것 같았으며 그런 길을 되돌아오기도 했다.

보꼽이 되돌아오는 범을 보고 공포를 쏘았다. 연달아 세 발의 공포를 쏘았는데 그건 범에게 겁을 주고 신경질로 만들어 놓기 위해서 였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