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지난 4월 출시한 5세대 올 뉴 CR-V와 어코드에 대한 부식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리콜센터를 비롯해 YMCA-자동차안전센터 등에 접수된 내용 대부분이, 출고한 지 얼마 안 된 차량 내부 곳곳에서 녹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부식은 주로 운전석 운전대 및 대시보드 아래 고정을 위한 브라켓과 내부 철제 용접 부위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뉴 CR-V는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내에서 1000여 대가 팔렸는데, 28일까지 YMCA-자동차안전센터에 접수된 것만 306건으로, 8월에 팔린 차량 대수를 고려해도 25% 이상에서 부식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어코드도 287건으로 적지 않은 수치이다. 필자가 직접 점검한 바에 의하면, 매직으로 체크한 선이 분명 녹슨 부위 위로 지나가고 있다. 결국 제작과정에서 이미 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운송과정에서 해풍에 의해 발생한 부식은 아니라는 것이 현장을 취재했던 필자의 확신이다. 혼다코리아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입차를 사는 사람들 중 일부는 구매 직후 내비게이션을 별도로 장착하고, 블랙박스의 경우 100% 외부에서 별도 장착한다.

그런데 수입차의 특성상 영업사원이 소개해준 혼다코리아 전문협력업체에서 작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블랙박스의 경우 대부분 주차모드 녹화를 위해 상시전원과 연결하게 되어 있고,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대시보드 내부의 부식을 발견하지 못할 수는 없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빠른 개선안을 내놓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몸을 낮추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천만 원을 들여 샀고 더욱이 구매한 사람과 그 가족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차량 관련 결함에 대해서는 늘 동일한 패턴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조금 시끄러워지면 안전에 문제가 없고 국내 자동차관리법에 배척되는 사항이 아니기에 리콜 계획이 없다고 우긴다. 좀 더 심하게 시끄러워지고 매장 앞에서 차량 한 대 정도가 박살나고 언론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제야 본사와 논의 중이라고 시간을 끌다가 이번과 같은 기가 막힌 대책을 내놓는다. 녹을 제거해주겠다고 하면서, 재조립 시 소음 및 진동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소비자는 그에 대해 나중에 군소리 안 한다는 합의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자동차수입사는 귀족이고, 수천만 원 써가며 사서 타고 다니는 고객은 노예쯤 되는 느낌이다.

차량에 있어 부식은 사람으로 말하면, 암과 같다. 계속 번진다. 물론 자동차전문가 입장에서 내부 브라켓의 부식이 충돌 시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부 소비자의 걱정처럼 에어컨 등을 틀었을 때 차량 내부에 녹가루가 퍼져 호흡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는 있으나, 당장은 안전에 아무 지장이 없다. 그렇지만, 차량을 산 사람들은 차량의 기본적인 성능만을 사는 것이 아니다. 감성품질이라는 것이 있다. 사소한 가죽시트의 늘어짐조차도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 소비자의 마음이다. 앞으로 10년 이상을 소유하고 매일 마주할 수천만 원 주고 산 자동차에 대한 기대치를 메이커가 이렇게 외면하면서, 법의 잣대만을 기준으로 대응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기업에게는 따끔한 회초리를 들 수 있는 소비자들의 의식이 간절한 시점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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