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 대전 원도심 일대가 근대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되었다. 유성과 둔산으로 중심이 옮겨가면서 쇠락한 원도심에 생기를 불어넣어 부활을 꿈꾸고 있다. 2021년까지 총 46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동구, 중구 은행·선화동, 대흥동 일원에 산재한 근대건축유산을 보존하고 문화예술을 특성화시켜 원도심의 정체성을 확립시키겠다는 의지이다.

세월의 흐름을 막지 못하고 빈 건물들이 늘어가고 사람들은 떠나며 쇠퇴하던 원도심에 생기를 불어 넣은 것은 문화예술이었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임대료가 저렴한 공간을 찾아 텅 빈 자리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노후 된 건물과 거리들은 예술인들의 감각으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색 있는 곳으로 변해갔다. 기존에 터를 잡고 있던 선배 예술인들과 열정 넘치는 젊은 예술가들이 늘어가며 원도심은 문화예술의 거리로 자리를 잡아갔다. 이에 원도심을 찾는 시민과 여행자들이 늘어나며 상권까지 살아나며 활기찬 모습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대전의 원도심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2000년대 이후 서울의 망원동·상수동·삼청동, 이태원 경리단길·신사동 가로수길 등처럼 상권이 활발해짐에 따라 치솟는 임대료에 예술가들은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또한 원룸들이 급증하면서 기존의 문화예술의 거리들이 줄어들고 그 특색마저 잃어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지난 10여 년간 만들어온 문화가 사라질 수도 있는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이에 대전 원도심이 근대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민과 관이 원도심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함께 움직여야 지속가능하며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이다. 원도심의 예술가들이 직접 겪는 문제점들을 지자체 관계자들과 공유하여 그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오는 11일 창립하는 `원도심문화예술in행동`은 원도심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원도심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여 해결하고자 한다. 그리고 지자체 공무원들과 함께 상호 보완하여 효과적인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자 한다. 자신의 소리를 내는 원도심의 예술가가 있고 그 소리를 들어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주는 이가 있을 때 원도심은 생기를 얻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소중 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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