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나는 우물을 파는 사람이지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말을 해야겠다. 나는 문학이든 신앙이든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가지고 우물을 파듯이 판다. 물이 나올 때까지. 그렇게 판 우물에서 물이 솟아나면 나는 얼른 다른 곳으로 땅을 옮기고 또다시 새 우물을 판다. 이렇게 해서 수없이 많은 책들이 태어난 거다. 그 책들 하나하나가 삶에 대한, 진리에 대한 갈증인 셈이다. 그러한 책들이 내 목을 축여 갈증을 없애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건 빈 두레박과 마찬가지다. 두레박은 비어 있기 때문에 다시 물을 찾는다."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는 2007년 세례를 받으며 하나님과 만난 저자가 성경 속 하나님 말씀에 대해 솔직하게 묻고 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학을 가르친 교수로서, 기호학자로서의 호기심으로 성경을 다시 읽자고 제안하며, 해박한 지성을 아낌없이 녹여낸다.

저자는 성경 속 상징 키워드를 골라 성경이 쓰였던 시대상황과 맥락을 함께 설명하며 이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성경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에서 소개하는 성경 속 일화는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번민과도 꼭 닿아 있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키워드 중 일부를 살펴보자면, 저자는 `눈물과 함께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의미를 모른다`는 괴테의 문장을 인용하며,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에 나오는 눈물은 세속적인 삶의 고통이나 슬픔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원죄와 관련된 인간과 신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비극, 즉 인간의 한계와 숙명을 인정하며 흘리는 눈물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저자는 길을 걷다가, 잠을 자다가, 밥을 먹다가도 문득 마음속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회개이고 이것이 우리가 먹을 빵을 적시는 눈물이자 양식을 얻기 위해 흘려야 하는 땀이라고 말한다.

또 저자가 소개하는 성경의 유명한 구절 중 하나는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마태복음 19:24)라는 부분이다. 논쟁이 많은 이 구절에 대해 저자는 말의 기원을 추적하며 한 가설을 소개한다. 아랍어로 낙타는 `gamla`, 밧줄은 `gamta`인데 이 두 말의 발음이나 철자가 너무 비슷해서 밧줄을 낙타로 잘못 번역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논쟁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건넨다. 낙타는 등에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지만 그것이 대부분 자신의 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짐임을 강조한다.

이외에도 이 책은 빵, 새와 꽃, 아버지, 탕자, 양, 집, 목수, 접속, 포도, 제비, 비둘기, 까마귀, 독수리, 지팡이, 사막과 광야, 예수, 십자가 등 성경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들을 프리즘 삼아 성경 읽기와 해석의 새로운 각도를 보여준다.

성경에 나오는 아이콘들이 함의한 문화적 상징과 이미지들을 자유자재로 분석하면서 성경이 경건하고 고귀한 이야기를 넘어 문학작품처럼 감동과 재미를 갖춘 성대한 텍스트의 보고임을 증명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성경의 행간이 숨겨두고 있는 풍요로운 시학의 성찬과 마주하면서 신학(神學)에서 `ㄴ` 하나를 빼면 시학(詩學)이 된다는 저자의 위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박영문 기자

이어령 지음/ 열림원/ 396쪽/ 1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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