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그의 여행은 남도 끝부터 시작됐다. 전라남도에서 제주도로, 경기·충청·강원을 거쳤다. 일본도 다녀왔다. 그 사이 25년이 흘렀다. 산천은 두 번하고도 반이 뒤 바뀌었을 시간이다.

유홍준 교수가 돌아왔다. 누적판매부수 380만권, 한국 인문서를 대표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다.

이번엔 서울이다.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세계 굴지의 고도(古都)다. 그러면서 친숙한 곳이다. 누구나 다 잘 아는 곳이다. 유 교수는 책머리에서도 이미 많은 전문·대중적 저서들이 넘칠 정도라고 표현했다. 그런데도 서울 답사기를 써야 하는 이유를 서울 빼고 우리나라 문화유산답사기를 썼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의 서울 답사기는 1권과 2권으로 나뉘었다. 1권은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 2권은 `유주학선 무주학불`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거대 도시 서울의 문화유산과 역사를 섬세한 시각과 그 만의 탁월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오랜 세월 갈고 닦아 온 유 교수의 문장력도 책의 재미를 한 층 더한다. 학술적이거나 비평적이지 않다. 가볍지도 않은, 재미와 지식의 절묘한 균형감이 돋보인다. 이미 `답사기`는 수준 높은 문화교양서에 다다른 셈이다. 단연 국내 기행문학의 `백미`로 꼽힌다.

1권에서는 조선왕조의 상징적 문화유산인 종묘를 시작으로 창덕궁, 창덕궁 후원, 창경궁 구석구석을 살핀다. 건축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왕족들의 삶과 애환, 사연을 그윽히 풀어낸다. 종묘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로마의 판테온 등에 비견되는 세계적 문화유산이라고 예찬하는 한편 창덕궁은 `한옥 종합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며 조선 건축의 집대성이라 표현한다. 특히 서울의 `미(美)`에 집중해 일본 교토, 중국 쑤저우에 견줄 `궁궐의 도시` 서울의 매력을 총체적으로 집약했다.

2권에서는 서울의 경계를 살펴본다. 한양도성, 자문밖, 덕수궁, 동관왕묘 등 조선왕조가 남긴 문화유산을 다룬다. 사람들이 즐겨 찾던 곳,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곳을 두루 답사하면서 현재 진행형의 수도 서울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한다. 또 조선 국초 계획도시로서 건설된 서울의 내력도 차근차근 짚어본다.

이번 서울 답사기는 저자의 경험과 남다른 시선 덕에 기존 도서들과 다른 서울을 이야기한다. 이미 국내 기행문학의 정점에 오른 그이지만 문화재청장 재직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방대한 정보, 내밀한 사정들은 국내 문화유산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준다.

유 교수는 이번 책을 펴내면서 나머지 서울편 출간도 예고했다. 인사동, 북촌, 서촌, 성북동 등 동네와 한강과 북한산 이야기도 다룰 예정이다. 문화유산답사기 애독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김대욱 기자

유홍준 지음 / 창비 / 1권 420쪽·2권 484쪽 / 1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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