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박남준 시선집

박남준 시선집
박남준 시선집
자연과 벗하며 사는, `자유시인` 박남준이 올 여름 두 권의 책을 냈다. 한 권은 그가 그의 인터넷 카페에 10년 동안 써왔던 글을 엮은 에세이이고, 또 한 권은 문우(文友)들과 함께 고른 시를 담은 책이다.

전남 영광군 법성포 출생인 박 시인이 전주 모악산에서 지리산 자락 악양 동매리로 이사한 지 올해로 14년. 그는 인터넷카페 `박남준 시인(詩人)의 악양편지`에, 편지이기도하고 산문이기도 하고 때로는 시산문의 글을 10년 넘게 올리고 있다. 그런 그가 오랜 벗들, 후배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4년 만에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로 묶었다.

이 책에는 자연이, 특히 꽃이 많이 등장한다. 지리산 자락 마을에 사는 박 시인의 주변은 온통 꽃들이다. 복수초꽃, 청매와 홍매화, 모란꽃처럼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꽃부터 개불알풀꽃 등 조금은 낯선 꽃까지 등장한다. 그는 사시사철 꽃들에게서 느낀 변화와 생명의 기운을 벗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한다. 시인에게는 이 꽃들이 친구이상일테다. 추운 겨울 지나고 눈밭에서 복수초가 황금빛 꽃을 펼치자 "반갑고 고마워 나를 위로해주려고 왔구나"(`노란 햇살이 고개를 내미네`에서)하고 말을 건네고, 어느 날 계곡을 지나다 현호색을 만나서는 그 앞에 앉아 "나랑 함께 가서 살래?"(`놀고있다`에서)하고 말을 건다. 한 편 한 편 따라가다 보면 지리산 사계절 엔간한 꽃들을 다 만날 수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꽃마다와 나눈 이야기며 얽힌 사연들은 저자가 찍은 240여 장의 사진들과 함께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해 환갑을 맞은 박남준은 그의 문우들이 반추한 시들을 함께 살펴보는 뜻깊은 시간을 나누기 위해 `시선집`을 냈다. 시선집은 그가 문학의 동반자들이라 일컫는 유용주·안상학·이정록·한창훈 등 문우(文友)들과 함께 고른 61편의 시를 담은 책이다. 표지의 글씨와 그림은 시인이 직접 쓰고 그렸다. 시선집에 실린 초기 시집의 시들은 시인이 다시 조금 손질을 한 시도 있고, 그간 노래가 된 시편들은 노랫말에 맞춰 내놓은 것도 있다.

다시 생의 수레바퀴가 큰 원주를 그리기 시작할 시간을 맞이해서 그런가, 그의 마음은 어느 덧 관조와 관음의 시선으로 마음 흐르는 대로 무위자연하며 정착한 듯하다. 수록된 시 가운데 `슬픔`, `가슴에 병이 깊으면` 등은 유독 마침표를 찍고 있는데, 이 또한 그의 지나온 날의 흔적이다. 이 시집은 예순을 먹은 나이가 무엇을 기릴 만한 시대도 아니라지만, 살아오는 동안 시가 숙성돼 온 시인의 시간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인 것이다. 강은선 기자

박남준/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한겨레출판사/ 264쪽/ 1만 3000원·박남준/ 시선집/ 펄북스/ 144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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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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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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