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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 2017-11-23 17:46

가득찬 생명의 기운…더 너그러워진 시인의 시선

2017-08-31기사 편집 2017-08-31 1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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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박남준 시선집

첨부사진1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자연과 벗하며 사는, '자유시인' 박남준이 올 여름 두 권의 책을 냈다. 한 권은 그가 그의 인터넷 카페에 10년 동안 써왔던 글을 엮은 에세이이고, 또 한 권은 문우(文友)들과 함께 고른 시를 담은 책이다.

전남 영광군 법성포 출생인 박 시인이 전주 모악산에서 지리산 자락 악양 동매리로 이사한 지 올해로 14년. 그는 인터넷카페 '박남준 시인(詩人)의 악양편지'에, 편지이기도하고 산문이기도 하고 때로는 시산문의 글을 10년 넘게 올리고 있다. 그런 그가 오랜 벗들, 후배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4년 만에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로 묶었다.

이 책에는 자연이, 특히 꽃이 많이 등장한다. 지리산 자락 마을에 사는 박 시인의 주변은 온통 꽃들이다. 복수초꽃, 청매와 홍매화, 모란꽃처럼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꽃부터 개불알풀꽃 등 조금은 낯선 꽃까지 등장한다. 그는 사시사철 꽃들에게서 느낀 변화와 생명의 기운을 벗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한다. 시인에게는 이 꽃들이 친구이상일테다. 추운 겨울 지나고 눈밭에서 복수초가 황금빛 꽃을 펼치자 "반갑고 고마워 나를 위로해주려고 왔구나"('노란 햇살이 고개를 내미네'에서)하고 말을 건네고, 어느 날 계곡을 지나다 현호색을 만나서는 그 앞에 앉아 "나랑 함께 가서 살래?"('놀고있다'에서)하고 말을 건다. 한 편 한 편 따라가다 보면 지리산 사계절 엔간한 꽃들을 다 만날 수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꽃마다와 나눈 이야기며 얽힌 사연들은 저자가 찍은 240여 장의 사진들과 함께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해 환갑을 맞은 박남준은 그의 문우들이 반추한 시들을 함께 살펴보는 뜻깊은 시간을 나누기 위해 '시선집'을 냈다. 시선집은 그가 문학의 동반자들이라 일컫는 유용주·안상학·이정록·한창훈 등 문우(文友)들과 함께 고른 61편의 시를 담은 책이다. 표지의 글씨와 그림은 시인이 직접 쓰고 그렸다. 시선집에 실린 초기 시집의 시들은 시인이 다시 조금 손질을 한 시도 있고, 그간 노래가 된 시편들은 노랫말에 맞춰 내놓은 것도 있다.

다시 생의 수레바퀴가 큰 원주를 그리기 시작할 시간을 맞이해서 그런가, 그의 마음은 어느 덧 관조와 관음의 시선으로 마음 흐르는 대로 무위자연하며 정착한 듯하다. 수록된 시 가운데 '슬픔', '가슴에 병이 깊으면' 등은 유독 마침표를 찍고 있는데, 이 또한 그의 지나온 날의 흔적이다. 이 시집은 예순을 먹은 나이가 무엇을 기릴 만한 시대도 아니라지만, 살아오는 동안 시가 숙성돼 온 시인의 시간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인 것이다. 강은선 기자



박남준/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한겨레출판사/ 264쪽/ 1만 3000원·박남준/ 시선집/ 펄북스/ 144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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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박남준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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