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8·2 부동산대책 발표로 부동산시장은 당분간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향후 부동산 투기 과열양상 조짐이 보이는 지역은 정부가 조정지역이나 투기지역으로 지정할 수도 있게 됐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이 과연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고 아파트값을 잡을 수 있을까.

땅과 관련한 인류 역사는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해왔다. 역사 발전의 한 과정으로서 진보는 대가 없이 거저 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부동산 정책 집행 관점에 대해 진보와 보수 간 논쟁이 벌어지며 먹고 살기 바쁜 대중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우화소설 `사람에게는 얼마 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를 보면 걸어갈 수 있는 만큼의 땅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은 주인공은 많은 땅을 차지할 욕심에 무리하게 걷다가 지쳐 죽었고, 결국 그가 얻은 건 묻힐 땅 한 평에 불과했다.

땅과 공기와 물은 모든 이에게 주어진 천부의 자원이다. 그러나 공기와 물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반면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은 이미 누군가의 명의로 등기돼 있다. 우리나라 인구 100명 중 72명이 가진 땅에 대한 권리는 단지 거리의 보도블록을 밟고 다닐 정도의 권리밖에 없는 것이다.

땅 없는 사람이 가진 하나의 권리는 병들어 있지 않는 한 적절한 노동을 통해 매일의 끼니를 이어갈 수 있는 신체뿐이다. 역사적으로도 땅 때문에 많은 농민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갔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도시빈민 역시 괴로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땅은 신이 내린 만민의 공동자산이기에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쓰일 수 없음에도, 불로소득의 맛에 길들여진 대지주들은 배타적인 자기권리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는 것이 전세계 공통의 현실이다.

이렇게 부의 집중이 계속 늘어나는 원인은 땅을 개인소유로 확대함에 있다. 이것은 불로소득을 발생시켜 결국 지속적인 진보에 필요한 평등과 자유를 억제하게 된다.

문제의 해결방안은 토지나 천연자원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을 환수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우리나라 여건에 맞게 받아들인 것이 종합부동산세일 것이다. 땅과 천연자원의 가치를 세금으로 걷고 그 대신 다른 세금을 줄이자는 내용이다.

부동산 실거래가격 신고제와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세제 개편 정책들은 거래과정을 투명화하고 시장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제도다. 이 같은 정책의 기조는 1879년 출간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에서 언급한 `경제성장의 과실이 땅 주인에게 돌아가면 빈부의 격차가 커진다`는 데 기조를 두고 있다. 따라서 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세금으로 거두는 대신 나머지 세금을 폐지하면 경제성장과 분배가 조화롭게 달성될 수 있다고 봤다.

헨리 조지의 주장에 따르면 토지는 공급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으므로 소유의 불평등을 초래하지만, 건물은 장기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으므로 토지와 달리 건물에 무거운 세금을 매길 필요가 없다고 본다. 땅에서 생기는 임대수입을 전부 세금으로 거두고 토지의 사유화를 공공소유 개념으로 변화시키면 빈부격차를 줄여 사회의 양극화 갈등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건물에도 무거운 세금을 매겨 실질적인 과세 과중으로 장기적인 주택수급 불균형을 가져온다. 이는 토지자원과 환경자원의 가치에도 연쇄적으로 부담을 가중시키는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거 부동산 가격변동은 주기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보여 왔는데, 토지가격 급등이 주택의 수요공급에도 영향을 줬을 뿐만 아니라 토지수급 불균형으로 보전해야 할 지역인 그린벨트 해제를 초래하기도 했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토지이용 규제가 자동 해제되는 2020년 7월 이후에는 도시주변 녹지공간 보전과 개발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바람직한 녹색 조세제도 정립이야말로 소득격차 해소라는 시대정신의 지표가 될 수 있다. 환경자원 가격에 내재적 가치를 외연적으로 확대해야 자원이용의 생태 효율성이 증대될 것이다. 사회적 불평등 해소, 경제적 효율성 향상, 환경훼손 방지에 기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진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돼야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전략 실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종관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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