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81개 와인, 지난 28일 하루 동안 제가 맛을 본 와인의 개수입니다. 이번 주말 개최될 예정인 대전국제와인페어(www.djwinefair.com)의 연계행사로 DCC(대전컨벤션센터)에서 4일(8월 27-30일) 동안 진행된 `2017 아시아와인트로피(Asia Wine Trophy)` 와인 심사에 하루 초대 심사위원(Guest Juror)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갖게 되어, 오전에 53개 와인(화이트 19개·레드 34개)을 평가했습니다. 오후에는 또 다른 연계행사인 `2017 아시아와인바이어스컨퍼런스`에서 21개 와인(이탈리아 17개·미국 오레곤 피노누아 4개)을 시음했습니다. 저녁에는 8월 초에 이미 모임 일정이 결정되었던 동호회(클래식와인)의 스페인 와인 번개에서 7개 와인을 맛보았습니다.

시음적기의 오레곤 피노누아(2014년)와 스페인 와인(2003-2011년)들은 향과 맛을 즐기며 마셨지만, 대다수의 심사 대상 와인들은 2015년이나 2016년산으로 시음적기 이전이었기에 향(Nose)을 맡아보는 것은 별 무리가 없었지만, 숙성되지 않은 타닌 등으로 인해 맛(Taste)을 보는 것은 고역이었습니다. 약 4000개의 와인을 심사하기 위해 모인 24개 국가 130여 명의 국내외 심사위원들이 존경스러워지더군요. 이 분들은 하루 평균 50개 와인을 4일 동안 평가하니 200여개에 달합니다. 같은 테이블에서 심사를 했던 위원들에 의하면, 그나마 전날(27일)에는 레드 와인 일색이었는데 상대적으로 영(young)한 상태에서도 덜 부담스럽게 맛 볼 수 있는 화이트 와인들로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제게는 아마추어로서 와인을 즐기다가, 프로들의 일상을 엿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아시아와인트로피`는 2013년부터 개최하여 올해로 5회째를 맞으며 국제와인기구 OIV(International Organisation of Vine and Wine)의 승인 및 감독하에 대전 마케팅공사와 독일 와인마케팅사가 공동주최하는 아시아 최대 와인품평회입니다. 행사에서 입상한 와인은 대전을 상징하는 한빛타워 로고가 새겨진 메달 스티커를 부착하여 전 세계로 유통될 예정이며, 이번 주말 대전무역전시관에서 열리는 대전국제와인페어에서 일반에 공개될 예정으로 `아시아와인트로피 출품와인 시음존`에서 맛 볼 수 있습니다.

국제와인기구(OIV)의 기준에 의한 와인 평가는 크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첫째는 시각(Visual/눈)으로, 시각적인 인상에 의해 가시광선 하에서 차이를 식별하는 감각입니다. 둘째는 후각(Nose/코)으로, 특정한 물질에 의해 후각기관이 순간적으로 자극 받았을 경우 느껴지는 감각입니다. 셋째는 미각(Taste/입)으로 와인이 입안에 있을 때 인지되는 총체적인 감각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시각(스파클링 와인은 거품(Effervescence) 추가)은 투명도(Lipidity)와 기타 시각적인 사항(Aspect), 후각은 순수성(Genuineness)과 긍정적인 강렬도(Positive Intensity)와 품질(Quality), 미각은 순수성과 긍정적인 강렬도와 품질에 지속성(Persistence)이 추가됩니다. 전체적으로는 우리가 와인을 감상할 때 처음에는 와인의 색을 보고, 그 다음에는 와인의 향기, 마지막으로 와인의 맛을 보는 것과 유사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품평회는 1855년 프랑스 보르도의 메독(Medoc)와인 등급입니다. 프랑스는 파리 만국박람회를 개최했는데 보르도 와인을 좀 더 체계적으로 알리라는 나폴레옹 3세의 지시에 따라, 보르도 상공회의소와 와인판매연합회는 보르도의 그랑 크뤼(Grand Cru)를 선정했습니다. 현재처럼 와인 테이스팅을 통해 선정한 것이 아니라, 샤토가 지닌 전통과 그 샤토 와인의 가격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아시아와인트로피`도 100년 후에도 지속되어, 대전이 와인산업의 중심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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