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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구화지문(口禍之門)

2017-08-29기사 편집 2017-08-29 17: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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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가 망하고 5개 왕조가 흥망하는 53년 동안 존경받은 풍도(馮道)란 정치가가 있다. 풍도가 5개 왕조 8개 성씨를 가진 10명의 왕을 모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말조심을 기본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풍도가 지은 설시라는 시에는 자신의 이 같은 처세를 잘 나타낸다. '입은 재앙을 불어들이는 문이다(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舌是斬身刀)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閉口深藏舌)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安身處處宇).' 구화지문이란 여기서 나온 말로, 입은 재앙을 불어들이는 문이란 뜻이다. 풍도가 난세에 오랫동안 왕을 모실 수 있었던 것은 항상 말조심을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말은 한번 뱉으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어 조심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종종 말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는 유명인들을 볼 수 있다. 한 개그맨은 콘서트장에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질타를 받았다. 특정 인종을 폄훼하거나 자신의 실수를 해명하다 거짓으로 밝혀져 곤욕을 치른 연예인들도 많다. 말로 인해 논란이 된 정치인도 수없이 많다. 전직 대통령의 여성 비하 발언과 특정 직업을 가진 여성들을 비하해 구설수에 오른 정치인도 있다.

갑작스런 폭우로 수해를 입은 상황에서 해외연수를 다녀온 도의원이 국민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동물에 비유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또 다른 정치인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처럼 말은 자신의 인격은 물론 그 말로 인해 누군가는 상처를 입기도, 좌절하기도 하는 칼과 같다.

최근 국무총리의 발언 때문에 충청도민들은 물론 국민들 역시 상처를 입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개헌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수도 이전에 대해 "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개헌특위에서 논의중인 상황에서 국무총리가 이런 발언을 한 의도가 궁금하다.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과도 연결돼 있는 중대한 문제다. 수도권 과밀은 수도권 국민들에게도 해가 되는 일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이뤄내는 첫발은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임을 알아야 한다. 해명처럼 여론을 전달한 것이라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이 총리의 발언이 단순한 해프닝이길 간절히 소망한다. 더 이상 충청도민과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인상준 서울지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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