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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털털이도 부자 된다던 곳…넉넉한 인심도 그대로라오

2017-08-29기사 편집 2017-08-29 16:05:47

대전일보 > 기획 > 추억이흐르는그곳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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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흐르는그곳 골목길] ② 대전 중앙시장

첨부사진1중교에서 바라 본 대전 중앙시장 모습. 입구 왼쪽은 지난 9일 화재가 발생해 현재 건물철거와 폐기물처리가 한창이다. 사진 = 김대욱 기자
시끌벅적하다. 지나가는 이를 부르거나 언성을 높이며 승강이를 벌인다. 바쁜 이가 있는 반면, 느긋한 이도 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출출하면 먹으면 되고, 약간의 발품만 있다면 사고 팔 수 있다. 사시사철 그렇다. 언제나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 시장이다.

대전 중구 은행동에서 중교를 넘어 동구 원동으로 발길을 향하면 '중앙철도시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1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대전 중앙시장이다. 이름이 다르다고 어색할 필요는 없다. 2015년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철도를 테마로 한 별칭을 얻었을 뿐이다. 중앙시장의 시작은 어디든 가능하다. 반듯한 구획은 사방으로 열렸다. 워낙 규모가 방대한 탓이다.

중앙시장은 동구 중동과 원동에 걸쳐 위치해 있다. 의류, 잡화, 요식업 등 20여개 품목 도소매점과 점포 3000여 곳이 운영 중이다. 단위 상인회만 19개로 이 단위시장을 하나로 묶어 활성화구역 상인회를 이루고 있다. 중부권 최대 재래시장의 자격이 주어질 만 하다.

시장에 들어서면 각종 주전부리가 손님을 맞이한다. 파전, 떡볶이, 호떡, 김밥 등 각종 음식에서 풍기는 맛깔스런 향기는 코를 자극시킨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시장을 둘러보기 전 요기를 해도 좋다. 한낮 더위도 무섭지 않다. 2001년부터 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아케이드(상가지붕)가 설치돼 시원한 그늘에서 쇼핑이 가능하다.

몇 발짝 더 들어서면 시장의 향기는 더욱 깊어진다. 고등어를 손질하는 상인, 편육을 내놓는 상인, 누룽지를 만드는 상인, 그야말로 시장의 모습이다. 짭조름한 젓갈이 먹음직스러워 가던 길을 멈췄더니 "밥도둑이여. 한 점 잡숴봐"라며 대뜸 이쑤시개에 젓갈을 꽂아 내민다. 요즘엔 보기 드문 정이다. 설령 밥도둑일지라도 마음은 도둑질 당했다.

중앙시장의 한 가운데서 천장을 바라보니 고민이 생긴다. 천장에 달린 이정표에는 양키거리부터 홈커텐거리, 한복거리, 귀금속거리 등이 동서남북으로 적혀 있다. 사방으로 뻗은 골목들은 저마다 이름을 갖고 있다. 옷, 잡화, 생활용품, 혼수품 등 온갖 세상 물건들이 시장을 지키고 있다.

중앙시장의 뿌리는 1911년으로 돌아간다. 대전이 행정단위로 기틀을 튼 게 1914년 3월이니 그보다 3살이 더 많다. 중앙시장의 전신은 당시 대전에 거류하던 일본인 시마즈규타로(島津久太郞)가 세운 '대전어채시장'이다. 본래 위치는 원동 일대, 구 대전백화점자리였다. 초창기에는 부산·마산·군산·목포·인천·원산 등지의 생선과 대전근교의 과일·채소가 판매됐다. 이 시장이 생겨나면서 과거의 한밭장터인 인동시장은 점차 쇠퇴하게 됐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시장이 폐허가 됐지만 피난민들이 원동인근에 몰리면서 일대 상권은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된다.

중앙시장은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상권의 영역이 전국에 미쳤다. 충청권은 물론 전라도, 경북, 경기 일대 주단·포목·한복업계를 장악하다시피 했다. 빈털털이도 중앙시장에 들어오면 하루 아침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경부·호남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지방소매상들이 서울, 부산 등에 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중앙시장의 규모는 다시 축소됐다.

송복헌 대전시사편찬위원회 연구위원(충남대 명예교수)은 "중앙시장은 충북도, 금산, 전북 등 각지 소매상들이 모이던 명실상부 대전을 상징하는 재래시장이었다"며 "1905년 경부선 개통 이후 대전이 발전하면서 중부권 대표 시장으로 발돋움해 대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중앙로로 향하자. 시장구경도 재미지만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줄 요소는 더 있다. 대전등록문화재 19호 구 산업은행 대전지점과 20호 구 조흥은행 대전지점건물이다. 등록문화재 19호는 1937년 건립된 건물로 최초 조선식산은행이 들어섰다. 화강석과 테라코타(Terracotta)가 주는 색감은 장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문화재 20호는 1951년 지어졌다. 철근콘크리트없이 지어진 단조로운 외관은 20세기 중반 서양 건축기술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현재는 안경점과 시중은행이 자릴 잡은 상태다.

제법 걸었다면 배가 고플 터. 걱정할 필요가 없다. 중앙시장은 시쳇말로 '널린 게 맛집'이다. 거두절미하고 먹자골목으로 향하면 된다. 전국각지의 상호명이 손님을 맞이한다. 함경도집, 전라도집, 전주집, 안영집 등 입맛 따라 고르면 그만이다. 백천집은 3대가 경영을 해온 식당이기도 하다. 소머리국밥, 순대국, 닭볶음탕, 치킨, 백반 등 오랜 시간 전통이 스민 식당들은 중앙시장의 역사를 실감케 한다. 먹자골목 외에도 시장 곳곳에는 노점이 펼쳐져 잔치국수, 팥죽 등은 3000-5000원 사이로 맛볼 수 있다.

32년째 순대를 판매 중인 유혜숙(62·여)씨는 "중앙시장에서 장사를 해오면서 자식들 모두 대학까지 보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찾아와주시는 손님들을 보면 감사할 뿐"이라며 "중앙시장은 여기 계신 모든 상인분들이 삶의 터전이라고 생각한다. 저렴한 가격에 든든한 한 끼 대접하는 게 우리 역할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중앙시장은 최근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난 9일, 눈 깜짝할 새 화마가 시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점포 13곳이 불에 타고 말았다. 현재 대전시, 대전 동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은 2억여원을 들여 건물철거와 폐기물처리에 한창이다. 당분간은 상권보존을 위해 임시점포 임차비도 지원할 예정이다.

구범림 대전중앙시장상인연합회장은 "얼마 전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전통시장의 화재안전성 점검을 대대적으로 할 계획"이라며 "중앙시장은 과거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불리우기도 했으며 아직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이 시장에 둥지를 틀면서 탈바꿈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 취재협조 = 대전시사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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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대전중앙시장 내 위치한 먹자골목. 3대 째 장사를 해오고 있는 백천순대 등 오래된 식당들이 즐비해 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첨부사진3대전중앙시장에서 중앙로 방향에 위치한 구 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 1937년 조선식산은행이 들어서면서 지어졌다. 현재는 안경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첨부사진41920년대 대전어채시장에서 상인이 생선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 대전어채시장은 일본인 시마즈규타로(島津久太郞)가 세웠는데 대전중앙시장의 전신이다. 사진 = 대전시 제공
첨부사진51910년대 대전 중앙시장(대전어채시장) 모습. 원동 일대 조성된 시장은 장차 중부권 최대 재래시장으로 발전한다. 사진 = 대전시 제공
첨부사진6현재 대전중앙시장 모습. 한 낮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 = 김대욱 기자
첨부사진7대전중앙시장 곳곳에는 사진처럼 이정표가 천장에 달려 있다. 골목마다 각기 다른 색채를 뽐낸다. 사진 = 김대욱 기자
첨부사진8대전 중구 은행동에서 중교를 넘어 대전중앙시장에 들어서면 길게 늘어진 주전부리들이 손님들의 발길을 이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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