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며 노후를 보낼까`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다. 세계적으로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지역사회마다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마련이 시급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구고령화에 따른 효과적 대응을 위해 2007년 고령친화도시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고령친화도시란 노인을 포함한 모든 연령층의 시민이 안전하고 건강하며 사회·경제적 참여가 자유로운 환경이 조성된 도시를 말한다. 미국 뉴욕시가 2010년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장 먼저 가입한 이래 현재 37개국 500여개 도시가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뉴욕은 60세 이상 고령층의 인구비율이 17%이며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 27%에 달한다. 이에 따라 뉴욕시는 노인에게 살기 편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범죄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바우처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친화적인 비즈니스도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대형식료품점인 `샵라이트`는 노인 고객을 위해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매장 안에 노인전용계산대와 휴식용 벤치, 스쿠터 카트 등을 배치하였다. 또한 노인들의 건강유지를 위하여 필수적인 저지방, 저염 제품군을 알아보기 쉽도록 색깔로 구분하여 진열하고 무료 영양상담 서비스 등을 실시하고 있다.

전 국민의 35% 이상이 고령층인 일본은 `노인의 즐겁고 행복한 삶`을 위한 환경조성에 대하여 지자체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 도쿄 도시마구는 거리와 시설을 노인친화형으로 개조하여 노인들의 쇼핑천국으로 불리는 `스가모 거리`를 조성하였다. 이 거리에는 200여개의 다양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데 카페, 옷집 등 모든 매장과 상품은 고령층이 선호하는 분위기의 맛, 멋으로 채워져 있다. 낙상 등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거리의 모든 턱을 없앴으며 전철역 에스컬레이터는 속도를 전보다 30% 느리게 조정하였다. 상품 가격표의 글씨와 노선 안내도 등은 노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큼지막한 크기로 바꾸었으며 거리 곳곳에는 벤치와 쉼터를 조성하였다. 노인을 배려한 세심함으로 채워진 이 거리는 연간 900만 명이 방문하는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장소로 자리매김 하였으며, 연중 젊은이들로 붐비는 도쿄 패션의 1번지 `하라주쿠`에 빗대어서 `노인들의하라주쿠`라 불리며 가장 인기 있는 노인 쇼핑 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가 2013년 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한 이후로 최근 부산, 경기 수원, 전북 정읍, 제주 등 지자체들이 고령친화도시를 선포하고 WHO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조례와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WHO에서 권장하는 고령친화도시 건설을 위한 정비사업 영역은 `외부환경 및 시설, 교통수단 편의성, 주거환경 안정성, 여가 및 사회활동, 존중 및 사회통합, 인적 자원의 활용, 의사소통 및 정보, 의료 및 지역 돌봄` 등의 8대 영역이다. 대부분 지자체의 경우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현 상황을 파악하고 점검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도시 인프라 정비와 사회문화적 환경조성에 대한 실행력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충청지방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대전지역 65세 이상 인구는 16만4000명으로 대전 전체 인구의 10.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14.7%, 대구 12.8%, 서울 12.6%, 광주 11.2%, 인천과 대전 지역이 10.8%로 타 지자체보다는 고령인구 비율이 다소 낮은 편이다. 그러나 대전지역도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으며 지금까지의 증가 추세로 본다면 `고령사회`, `초 고령사회`로의 진입시점도 그다지 먼 미래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노인이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다.

고령친화도시가 노인만을 위한 도시는 아니다. 세심한 배려로 설계되고 만들어진 도시환경은 노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포함한 도시민 모두에게 안전하고 따스한 `살기 좋은 삶의 공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진숙 충남대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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