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의 헤라클레스로 불리었던 심정수는 현역시절 외국인 선수들보다 더 우람한 몸으로 유명했다. 그런 그가 근육질 몸에 대한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한 이야기는 바로 `달걀`, 매일 아침 달걀 흰자를 15개씩 먹었다고 했다. 홈런이 무지막지하게 나왔던 당시 그를 외국인 타자들을 제치고 홈런왕으로 만들어 준 것은 웨이트 트레이닝, 그리고 달걀이었다.

달걀 흰자의 대부분은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그것도 근육을 만드는데 가장 좋은 완전단백질로 이뤄져 몸을 만들고자 하는 이에게 달걀 흰자만큼 좋은 식품도 없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한다고 달걀의 노른자를 빼고 흰자만 먹는 경우가 종종 보이는데,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 달걀 칼로리의 대부분을 노른자가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흰자보다 훨씬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고, 무엇보다 달걀노른자는 해로운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모두 들어 있는 것을 완전식품이라 부르는데 달걀은 완전식품의 대표격, 다만 흰자와 노른자를 골고루 먹는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새의 알을 먹기 시작한 것은 고대부터, 그리고 기원전 7500년 전부터 달걀을 얻기 위해 닭이 사육됐다. 수메르, 이집트를 거쳐 고대 그리스에 닭, 그리고 달걀이 전해져 퍼지기 시작했고 로마시대에는 달걀을 이용한 많은 요리법들이 개발됐고 식사를 달걀요리코스로 시작하기도 했다. 스크램블 에그라고 불리는 달걀과 우유를 섞어 풀어헤쳐 가열하는 조리법은 17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됐는데 이는 여전히 브런치로 사랑받는 달걀요리다. 스크램블 에그와 서양 달걀요리를 대표하는 것으로는 오믈렛을 들 수 있다. 오믈렛은 `칼날`을 뜻하는 프랑스어 `alemelle`에서 따온 말이다. 달걀 몇 개를 풀고 크림을 넣어 부드럽게 만들어 준 후 팬에서 돌려 완성하는데 겉은 익되 속이 촉촉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페인식 오믈렛은 토마토, 베이컨, 양파, 버섯 등을 조리한 후 오믈렛 속에 넣고 둥글게 말아준다. 프리타타는 이탈리안식 오믈렛인데 여러 가지 야채와 식재료들을 볶은 후 달걀 물을 넣고 같이 휘둘러 준 후 오븐에 넣어 완성한다. 우리의 달걀찜과 비슷한 요리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일본이 제과제빵만큼 세계 1등이라 자부하는 것은 바로 달걀요리. 일본은 세상에서 가장 달걀요리를 예쁘게 하는 나라다. 오믈렛을 응용한 오므라이스, 그리고 예쁘게 달걀을 말아 만드는 다테마키는 일본의 대표달걀요리라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것은 오야코돈, 이름을 직역하면 부모와 자식 덮밥이 된다. 닭, 달걀을 부자관계로 묘사해 지어진 이름인데 재미있기도 하면서 비극적이기도 한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조류독감에 이어 살충제 파동으로 달걀이 다시 한번 이슈가 됐다. 세계인 한 명당 1년에 9㎏ 이상의 달걀을 섭취한다고 한다. 우리는 그보다 조금 더 많은 11-12㎏ 정도. 하루에 한 개 꼴로 먹는 달걀에 매년 문제가 생긴다. 조류독감과 다른 점은 농장에서 인위적으로 작위(作爲)를 취했다는 것, 살충제를 물에 섞어 닭의 몸에 뿌렸다는 것이다. 많은 양을 쉽게 생산하고자 하는 욕심은 웰빙푸드 시대에 제대로 역행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우리 몸에 들어가는 식재료에 거짓말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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