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끝나고 이제 아침저녁으로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규칙적인 운동은 심폐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건강한 혈관을 만드는데 필수 아이템이다. 당장 내일부터 가까운 학교 운동장이나 강변이나 공원에 운동하려 나가보면 어떨까. 그런데 혹시 그곳에서 흰 장갑을 끼고, 불편하지만 열심히 운동하는 부분 반신 마비 어르신들을 뵌 적은 없는지. 필자는 그분들을 뵐 때마다 마음이 참 무겁다. 애초에 질병 발생을 예방할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고, 불가피하게 발생했다면 적절한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 후유증이 생기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예방 영역에서부터 재활 영역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한 해 동안 건강보험 진료비로 64조 5768억 원을 지출했는데,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또한 65세 이상의 건강보험 진료비 25조 187억 원으로 전체의 38.7%를 차지했으며,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만성질환 진료비는 24조 9896억 원으로 전체의 38.7%를 차지했고, 2015년에 비해 2조 7715억 원(12.5%)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노인 의료비의 증가 속도와 만성질환의 진료비 증가 속도가 큰 걱정이다.

국민들이 2016년 낸 보험료가 무려 47조 4428억 원이었는데 비급여 부분과 실손보험까지 고려한다면 가계의 의료비 부담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특히 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등 중증 질환은 과거 가정파탄에 이르는 원인이 되기도 했으나 지난 정부부터 4대 중증 질환 산정 특례,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을 통해 안전망을 구축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는 지난 8월 9일 `건강보험 보장 강화 대책`으로 소위 `문재인 케어`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건강보험 하나로 큰 걱정 없이 치료 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30조 6000억 원이 필요한데, 그동안 쌓인 건강보험 누적흑자(적립금) 21조 원 중 절반가량을 활용하고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재정을 통해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미용·성형을 제외하고 모든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는 것과 특히 3대 비급여(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인 선택진료비(특진비)·상급병실료·간병비를 해소하겠다는 것은 의료보험 도입 이후 기념비적인 일이다.

정부가 약속한 대로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에 대한 염려 불식과 비급여 부분 급여화에 대한 의료 공급자와의 협력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국민들이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므로 반드시 성공해야 할 정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30조 6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재정 투입에 의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만으로 만성질환 의료비, 노인 의료비 등 국민 의료비 폭주를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보장성이 강화된 건강보험을 기반으로 예방과 재활 영역까지 지역에서 완결되는, 지역 주민들이 공감하고 참여하는 그야말로 `안심 네트워크`의 역할도 앞으로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심뇌혈관질환(I20-25, I60-69)의 경우 대전·세종·충남의 현황을 보면 지난 2006년에는 8만 1500여 명이 48만 2900여 건의 진료를 받아 진료비를 총 1022억 원을 사용했는데, 10년이 지난 2016년에는 12만 4500여 명이 92만 2400여 건의 진료를 받아 2795억 원을 사용했다. 실제 인원은 1.5배, 진료 건수는 1.9배, 총 진료비는 2.7배가 증가한 수치이다. 놀라운 증가 속도이다.

그런데 대전·충남 심뇌혈관질환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센터 개소 초기인 지난 2010년에는 심근경색 257명, 뇌졸중 657명이었는데, 2016년에는 심근경색 249명, 뇌졸중 829명으로 총 1078명이 이용했고, 대전·세종·충남 환자가 86.7%, 대전만의 환자는 63.6%였다. 심뇌혈관질환의 경중의 차이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충남의 이용이 미미하다. 지리적 접근성이 제일 관건이다.

`심뇌혈관질환은 시간이 생명입니다`라는 주제로 지하철, 케이블 방송, 버스 광고를 했고, 최근에는 시각·청각 장애인들도 쉽게 심뇌혈관질환 예방 수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점자 자료나 수화 설명 자료를 제작·배부하는 등 의 홍보 노력과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24시간 전문 진료 체계 유지와 최고 수준의 진료서비스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7월 중순에는 공공보건의료전달체계상 허리 부분에 해당하는 지방의료원 원장들과 `충남도민 중증 질환 안심 네트워크 구축 간담회를 한 바 있다. 의료비 부담이 큰 암 질환, 심뇌혈관질환 등에 대해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장, 지역암센터장, 공공보건의료사업실 사회사업팀장 등이 안심 네트워크를 구축의 세부 내용을 제안했다. 도청 관계자와 의료원장들이 공감했고, 이를 위해서 우수한 의사와 간호사 인력 확충이 매우 시급함을 알게 되었다.

지방정부에서 보다 많은 관심과 재정을 지원해 시·도민들이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시간을 다투는 `심뇌혈관질환 안심 네트워크 구축`은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해결해야 할 보건의료 문제임에 틀림없다. `지역 완결성`이라는 목표(방향성)을 가지고 대전·세종·충남 지역의 유일한 국립대학병원의 역할을 감당할 것이다. 지역사회와 공감하는 든든한 우리 지역 `심뇌혈관질환 안심 네트워크`를 통해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운동하는 모습을 꿈꾼다. 송민호 충남대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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