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2018년에 예정돼 있던 1단계 달궤도선 발사계획을 2020년으로 연기하고 2020년으로 계획됐던 2단계 달착륙선 발사계획은 재검토하기로 발표했다. 1단계 달궤도선 계획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수정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2단계 달착륙 계획은 무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우주탐사는 위성과 발사체 기술이 고도화돼야 가능한 분야로 선진국들은 자국 우주기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NASA는 연간 전체 예산의 27.0%인 5조 9000억 원, 유럽 ESA는 19.9%인 1조 5000억 원을 일본 JAXA는 29.3%인 4700억 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우리의 올해 달탐사 예산은 710억 원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90년도부터 뒤늦게 우주개발을 시작했지만 위성 분야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는 기술개발 능력을 갖췄다. 발사체도 러시아와 협력해 2013년 나로호 발사체에 성공했고, 2020년경에는 순수 국산로켓 한국형발사체(KSLV-2)를 발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형발사체로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켜야 자타가 인정하는 우주강국이라고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달을 포함하는 행성과 소행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는 미국, 유럽, 러시아, 중국, 일본 등 5개국에 불과하다.

달까지의 거리는 38만㎞로 아리랑 다목적위성이 운용되는 지구 저궤도 700㎞보다 500배 이상 멀기 때문에 비행제어 정확도도 비례해서 높아져야 한다. 달에 정확히 착륙하기 위해서는 달 표면에 몇 ㎞의 정확도로 착륙선의 위치를 제어해줘야 한다. 서울에서 공을 던져 약 400㎞ 떨어진 부산에 있는 축구골대에 골인시키는 정도의 정확도다. 또 달착륙선은 1000N 급의 대용량 추력기를 필요로 하는데 이 기술은 향후 화성 및 소행성 착륙선은 물론 수백 ㎞ 고도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도 활용될 수 있다. 영하 150도 이하인 달 표면에서 2주간의 밤 기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원자력전지와 히터가 필요하고 이 같은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전자부품과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국내 위성시스템과 부품의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달에 탐사선을 착륙시킨다는 것은 우리 우주기술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전 세계에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위성과 발사 서비스의 본격적인 수출도 가능해져 경제적으로도 큰 기여가 될 것이다.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 동안 국내 우주산업 규모는 1조300억 원에서 3조100억 원으로 3배 성장하였고 고용은 비례하여 2900명에서 7900명으로 2.7배 늘었다. 이렇듯 한국형 달탐사와 같은 우주탐사의 추진은 국내 우주산업의 규모를 확대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화수분 역할을 할 수 있다.

안보측면에서도 대륙간탄도탄(ICBM)을 비롯한 우주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아울러 우리의 달탐사 능력은 각종 대규모 국제협력 우주탐사에서 대등한 참여를 가능하게 하여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일원으로 대우받으며 국격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2030년대 국제협력으로 유인화성 탐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2020년대 중반부터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이때 우리가 달에 착륙선을 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추면 유인화성탐사에 있어서 대등하게 한-미 우주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고 한-미 동맹은 한 차원 높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달탐사는 국민 특히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 달착륙 계획은 청소년들의 우주탐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여 우주분야를 전공하고자 하는 차세대 우주과학자와 기술자를 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입시와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과 비전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십 여 년 전부터 대한민국은 중국의 급부상, 인구감소와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으로 경제에 빨간 등이 켜지고 있었다. 강대국에 에워싸여 있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약점은 지난 수 천 년 간 우리의 발목을 잡는 질곡 이었다. 더욱이 최근 들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우리의 안보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형국이다. 이에 우리의 우주개발 능력을 극대화 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달 탐사는 우주기술 발전의 획기적인 모멘텀이 될 수 있으며, 우주산업 규모를 키워 고용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달 착륙 계획은 전략적인 우주기술 개발을 속도감 있게 이끌어 대한민국을 우주강국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이를 위해 1단계 달 궤도선 개발에 이어 달착륙 계획까지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최기혁 한국우주연구원 융합기술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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