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전시는 청년들의 주거복지를 위해 전세·월세 임차보증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집은 전세로 구하든 월세로 구하든 보증금이 필요하고 목돈이 필요한데, 이번 조치로 청년 당사자는 물론 자식을 품에서 떠나보낸 부모 입장에서도 큰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또 같은 집이라도 보증금을 조금 보태면 월세를 크게 낮출 수 있고, 같은 월세라면 주거환경이 훨씬 좋은 집을 구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집 하나 구하는데 보증금이 몇 천만 원씩 하는 관계로 재원조달이나 수혜범위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대전시의 한정된 예산으로 보증금을 직접 지원하기에 무리가 있다. 하지만 묘수는 있었다. 대전시의 적극적인 요청에 주택금융 전문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지역에 연고를 둔 KEB하나은행이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이 제도의 특징은 직접적인 예산 지원이 아닌 대출을 내는 것인데, 대출금으로 전·월세 임차보증금을 지원하되 이자는 마진을 최소화한 최저이율을 적용한 후 이자 일부만 대전시가 부담하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보증을 서서 대출금 상환 불이행의 문제와 신용도에 따른 금리 가산의 여지를 없애버렸다. 더 나아가 생활보호대상자 등 생활이 어려운 청년에게는 이자 전액을 시가 부담하고 형편이 나은 청년에게는 일부 본인이 부담토록 해 효과적인 예산 배분과 함께 수혜층이 보다 넓어질 수 있도록 했다.

지금 청년의 주거복지가 우리 사회 주요 이슈 중 하나임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역량을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중앙정부대로, 공공기관들은 맡은 바 전문영역에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청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위 사례 외에도 우리 지역에서의 청년주거복지 우수사례는 또 있다. 얼마 전 천안시가 발표한 것인데, 노후화된 천안 동남구청을 복합개발하여 청년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2만여 세대나 제공하겠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사례가 일반인에게는 내용이 어렵고 홍보가 부족하기도 해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개발사업의 경우에도 오랜 시간을 요하는 만큼 주변에서 청년 주거복지사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임차보증금 지원 사업만이라도 좀 더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그간 수집해 놓은 개선사항을 하루속히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청년은 우리의 미래요 희망이다. 우리는 무더위로 잠을 설친 다음날 짜증과 무기력감만이 남는다는 것을 생활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월세 낼 걱정과 냄새 나고 꽉 막힌 방에서 무슨 창의가 나오며 어떻게 국가의 미래를 희망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청년에게 단 하루라도 집값 걱정 없이 그것도 안락한 쉼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제 정부나 지자체를 넘어 일반시민들도 청년들의 편안한 잠자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왔다. 기성세대의 생활수단으로 전락한 시골 청년의 방값이 그들의 주머니로 다시 되돌아 갈 때 젊은이의 얼굴에 피는 미소를 떠올려 보라. 아마 어떤 청년에게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청년 주거복지 사업이 더 큰 만족과 행복을 안겨다 줄 것이다. 이것이 청년 주거복지가 꿈꾸는 세상이다. 배덕수 한국주택금융공사 서남권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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