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르네상스-대전] 1분기 고용률 감소 실업률 증가

구인배수, 명목 지역내총생산, 경제성장률 등 대전의 각종 경제지표가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대전의 전경.
구인배수, 명목 지역내총생산, 경제성장률 등 대전의 각종 경제지표가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대전의 전경.
대전의 경제관련 각종 지표가 암울하다. 올해 1분기 대전은 서울과 더불어 유일하게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 지역으로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가 감소하고 실업자는 증가해, 노동시장 활력이 떨어진 곳으로 평가됐다. 또 일자리를 구하기는 서울 다음으로 어려웠고, 중구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개 자치구의 구인 인원이 전년 대비 감소한 실정이다. 지역내총생산도 전국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대전 지역경제가 전형적인 지점경제(支店經濟)라고 불리는 이유를 뒷받침하는 현상이다.

23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역고용동향브리프 2017년 여름호`에 따르면 대전의 구인배수는 0.42로 전년 동기 대비 0.0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서울(0.30)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치로 전국 평균은 0.64이며 1.0 이상인 지역은 제주(1.30)와 충남(1.08)뿐이다. 구인배수는 기업의 신규 구인자 수를 신규 구직자 수로 나눈 지표로 구직자 입장에서 구인배수가 1보다 작으면 일자리 경쟁이 심해 취업이 어렵다는 의미이고, 1보다 크면 일자리 수가 많아 취업이 용이하다고 볼 수 있다. 올 1분기 대전 신규 구인인원은 1만 4000명, 신규 구직건수는 3만 3000건에 달했다.

대전의 생산가능인구는 128만 7000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0.1% 감소했고, 고용률도 59.2%로 0.4%포인트 떨어졌다. 실업률은 4.1%로 0.6%포인트 상승했으며, 취업자는 76만 2000명으로 0.8% 감소했다. 이 같은 경제 지표는 노동시장의 활력이 떨어진 도시라는 것을 증명한다.

문제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지역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생애 첫 취업을 준비하는 연령층들이 대전을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 된다는 점이다.

대전의 2005년 25-29세 인구는 11만 7725명이었으나, 2010년 11만 4615명으로 약 3000명 감소한데 비해, 2015년 9만 9506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1만 8219명이나 줄었다. 첫 취업 연령층의 이탈은 대전 경제에 강력한 적신호이다.

첫 취업연령층의 이탈 원인은 대전의 산업구조에서 찾을 수도 있다. 지난 4월 발간된 대전세종연구원의 `대전지역 노동자의 고용 여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대전 산업구조는 서비스업이 83.4%, 제조업이 17.6%로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 비중은 전국 평균 30.3%에 비해 12.7%포인트 낮고 타 광역시 평균인 18.7% 보다도 1.1%포인트 낮다.

세부적으로 산업별 사업체 비중은 도소매·음식숙박업이 45.4%,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 31.9%다. 제조업 사업체는 전체의 6.7%에 불과하며 지식기반 경제의 기초가 되는 서비스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도 2.4%로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전은 주로 전통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업종에 집중돼 있어서 고학력의 취업자들이 만족할 만한 구직시장으로 평가받기 어렵다.

대전 지역의 경제가 전통적 저부가 가치에 머무르는 이유는 과거 지역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던 대덕연구단지 개발, 대전엑스포개최, 정부 대전청사 건립 등을 내생적 성장 동력화 하는데 실패하고 서비스 산업 위주의 취약한 산업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진단된다. 또 전통적으로 대전 경제의 경쟁력 원천으로 간주돼 왔던 교통중심지 기능도 교통의 발달과 시장의 광역화, 전자상거래의 발달에 따라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으로서의 기능이 위축되고 이에 따라 전통적인 소비 도시였던 대전의 지역경제는 정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산업구조는 굵직한 경제지표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 2014년 기준 대전의 명목 지역내총생산은 32조 7000억 원으로 전국의 2.2%에 불과해 제주, 광주 다음으로 낮게 나타났다.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대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또한 2.7%로 전국 평균 3.6%에 미치지 못하고, 결국 대전 경제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5년 2.29%에서 지난 2013년 2.13% 축소됐다.

박경 목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학을 졸업해도 지역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이 대전의 실상이다. 통계를 봐도 대졸자의 겨우 반만 대전에서 직장을 잡고 나머지는 타지로 나간다"며 "물론 이는 대전의 제조업이 약하고 서비스업이 영세하기 때문이지만, 이런 현실 진단을 넘어 좀 더 대전 도시 경제의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경험을 보면, 지점경제적 성격을 가진 지방중추도시는 고도성장기에 지방 블록내 시장확대 거점이 되면서 도매업이나 건설업이 발전하게 돼 성장하지만,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정보망이나 교통의 발달로 지방 시장을 본사가 직접 통괄하게 되자 지점의 기능이 약화함으로써 도매업이 정체된다"며 "대전과 유사한 지점경제의 특성을 지닌 일본의 후쿠오카(福岡)나 센다이(仙台) 등은 최근 탈 지점경제를 내걸고 아시아의 창업과 혁신의 거점도시를 겨냥한 새로운 도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만큼, 실현이 어려운 본사 유치전략보다는 지방도시의 이점과 독자성을 살려 창업과 혁신의 본산지가 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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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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