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흐르는그곳 골목길] ① 대전 으능정이

으능정이 밤 못습
으능정이 밤 못습
길은 추억과 소통의 `장(場)`이다. 어제와 오늘, 내일이 살아 숨쉰다. 또 그곳에선 만남과 헤어짐, 또 다른 만남이 이뤄진다. 닫힌 듯 하지만 어디로든 열려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길은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역사가 오롯하게 남아있고, 또 그곳에서 새로운 역사가 쓰여진다. 대전일보 창간 67주년을 기점으로 대전·충청의 `길`에 녹아있는 지역의 `자화상`을 그려봤다.

대전 원도심을 얘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곳.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다. 으능정이엔 언제나 `젊음`이 넘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역 청소년·청년들은 이곳에서 젊음을 발산한다. 이들의 부모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쳤다. 그렇기에 으능정이에는 아빠와 아들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단골이 된 목로주점 역시 이곳에 즐비하다.

대전의 어제와 오늘, 젊은이들의 대표 약속장소 역시 으능정이다. "이안경원 앞에서 몇 시에 모이자"는 내용의 메시지 하나면 만사가 형통이다. 과거 무선호출기가 대중화 된 시절엔 음성메시지가, 지금처럼 휴대전화가 보편화되고부터는 전화 통화가 각각 메시지 전달의 주요 수단이 된 것 외에는 모든 것이 같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으능정이 거리의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예나 지금이나 평일 저녁 및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 활력이 넘친다. 대전의 `심장`인 대전역부터 옛 충남도청사에 이르는 중앙로, 그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으능정이 거리는 `대전의 명동`이라 불릴 정도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매력을 느끼게 할 것 들이 무궁무진하다.

20-30년 전, 으능정이 거리 곳곳에 자리 잡고 있던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당대의 인기 가요는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흥을 돋웠다. 또 골목골목마다 음량을 한껏 키운 스피커를 달고 음반을 파는 노점상들의 모습은 `길보드 차트`의 위력을 깨닫게 하는데 충분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지만, 이제는 으능정이 거리 내 수많은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통해 이곳이 번화가임을 깨닫게 해준다.

으능정이 거리는 예나 지금이나 패션의 중심이기도 하다. 특히 지역 내 백화점이나 대형 상설 할인매장 등이 별로 없을 당시 으능정이 거리는 지역 최고의 쇼핑 장소였다. 하나하나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의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것은 물론,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살린 의류를 파는 소형 상점들은 이곳을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대전의 `문화수도` 역할을 했던 으능정이 거리에도 `어둠`은 있었다. 1990년대 들어 둔산 신시가지가 개발되고 충남도청이 이전을 하며 으능정이의 열기는 오래된 백열등이 빛을 발하 듯 시민의 관심 속에서 한발짝 멀어졌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도시철도 1호선이 개통되면서, 이 곳은 예전의 활기를 찾았다.

으능정이 거리 새로운 도약의 기폭제는 거리 한 가운데 자리잡은 `스카이로드`다. 지난 2013년 준공된 스카이로드는 길이 214m, 너비 13.3m, 높이 20m 규모의 초대형 LED 영상아케이드 구조물이다. 지난 2015년 8월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전국 도심야경 8경 중 하나로 선정되는 등 꾸준히 그 역할과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즐거움과 젊음, 활력이 넘치는 으능정이의 하늘길`을 의미하는 그 이름처럼 거대한 천장에 수놓인 화려하고 멋진 영상쇼가 밤하늘을 환하게 밝힌다.

특히 스카이로드 대표 브랜드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버닝로드`는 해를 거듭하며 더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다. 버닝로드는 스카이로드의 화려한 영상쇼를 곁들여 DJ가 진행하는 로드 댄스파티로, 8월에는 `핫 섬머 페스티벌`, 12월 31일에는 한 해 대미를 장식하는 `카운트다운 페스티벌`로 꾸며진다.

으능정이 거리는 이제 단순한 번화가의 이미지를 넘어 시민들이 일상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도심 내에서 해소할 수 있는 내추럴 치유공간으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대전시가 내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문화올레길` 사업 중 1코스(옛 충남도청사-문화예술의거리-중앙철도시장) 총 1.1㎞구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으능정이 거리가 가지고 있던 문화 인프라와 새로운 시설이 합쳐진다면, 원도심 문화 1번지를 넘어 지역 내 대표 문화거리로서의 명성 또한 갖게 되지 않을까.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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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능정이 낮 못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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