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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훈 칼럼] '살충제 달걀' 파동이 일깨워 준 것

2017-08-23기사 편집 2017-08-24 0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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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띠 해인 올해 닭과 달걀의 수난이 유난히 심하다. 지난해 말 발생해 전국으로 번진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살처분 당한 닭이 수천만 마리나 된다. 닭이 사라지다 보니 달걀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부족분을 수입으로 채웠지만 한번 오른 달걀 값은 쉬이 내리질 않았다. AI가 사라지는가 했더니 이번엔 '살충제 달걀'이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늘 먹는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으니 누군들 놀라지 않을까.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은 무사안일과 무능한 당국의 위기대응 능력을 새삼 확인시켜줬다. 그중 하나가 안일한 상황 인식이다. 이달 초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각국이 공포에 떨고 있는데도 식약처장은 '국내 달걀은 안심해도 된다'고 확신을 했다. 이웃에 불이 나면 내 주변은 어떤지 살펴보는 게 인지상정이다. 예방점검 차원에서라도 표본조사 정도는 했어야 하지만 강 건너 불 보듯 한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살충제 달걀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 올 4월엔 한국소비자연맹이 시중유통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두가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을 뿐이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진위파악에 나섰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안이한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식품안전규정은 애초부터 구멍이 숭숭 뚫렸음이 드러났다. '피프로닐' 살충제 성분은 국내에선 아예 잔류기준조차 없었다. 유럽에서 파문이 커지자 국제잔류농약기준을 적용하면서 검출된 것이다. 유럽에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나온 것도 논란이다. 동물용뿐만 아니라 '에톡사졸'과 '피리다벤'이란 식물용 살충제까지 검출됐지만 이에 대한 기준치는 없다. 소홀한 방역교육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국 산란계 농가 1456곳 중 12.8%만 '닭 진드기 및 산란계 질병 교육'을 했다고 한다. 가축전염예방법에 따라 방역교육을 의무적으로 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부실검사와 미흡한 일처리 능력도 문제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4개 시·도는 일부 성분에 대한 분석을 빠트린 채 안전판정을 내리는 오류를 범했다. 직접 찾아가지 않고 농가들이 가져온 달걀로 검사를 해 샘플논란이 일자 보완검사를 하기도 했다. 이 결과 추가로 3곳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지만 날림으로 일을 처리한 결과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부적합 농가의 엉터리 통계에다 농장 명단 오기로 혼선을 빚기도 했다. 사용이 금지된 DDT 성분 검출을 확인하고도 한동안 쉬쉬하다 뒤늦게 발표한 것은 무책임의 극치나 다름없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믿음을 깨뜨린 것도 마찬가지다. 적발된 부적합 농가 52곳 가운데 친환경 농장이 31곳이나 된다. 오히려 일반 농장보다도 많게 나왔으니 허탈할 뿐이다. 심지어 사용이 금지된 DDT 성분이 검출된 곳도 친환경 인증 농장이다. 그동안 믿고 사먹었던 소비자들만 바보로 만들었다. 이는 농식품부 등 당국과 민간 인증기관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 부실인증으로 엉터리 친환경 제품을 내놓게 만든 장본인이다. 친환경 인증을 총괄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출신들이 민간인증기관에 재취업하면서 이러한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있다. 규제부서와 민간업체의 유착 고리 역할을 했다는 이른바 '농피아' 의혹이다. 총체적으로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농장에 대한 실태조사는 마무리 됐지만 파문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통령도 "축산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제는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재발을 막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위해선 개선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미흡한 제도는 보완하고 있는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식품안전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앞장서야 하는 일이다. 그동안 보여준 일련의 행태를 볼 때 쉬운 일이 아닐 듯 싶다. 무책임하고 무능한 일 처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백년하청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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