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7월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국의 신경생물학과 인지과학 전문가 3명이 동물의 의식에 관한 선언을 발표했다. `의식에 관한 케임브리지`로 명명된 이 선언에서 이들은 "포유류와 조류, 문어를 포함한 다른 많은 생물도 인간처럼 의식을 생성하는 신경학적 기질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에게 인권이 있듯 동물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

이에앞서 17세기 계몽철학자 루소 역시 인간과 동물은 동등한 자연의 일부라며 위와같은 주장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선진국들은 즉각 반응했다.

1822년 영국에서 동물복지법이 만들어진 뒤 프랑스, 캐나다 등이 동물권보호를 잇따라 제도화 했고, 독일은 2022년 헌법에까지 동물권을 집어넣었다.

영국의 농장동물복지위원회는 농장동물의 5대 자유로 배고픔 및 갈증, 불편함, 질병 및 고통과 부상, 두려움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본능적 행동의 자유를 주창했다. 동물복지는 결국 인간복지로 이어진다는게 이 운동의 모토다.

핀란드는 이 운동을 가장 잘 실천한 나라로 손꼽힌다. 농장형 사육, 성장 촉진제, 예방용 항생제 투여 등을 전면 금지시켰지만 구제역, 조류독감이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물복지 정책이 질 좋은 축산물 생산으로 이어져 인간의 건강도 지켜주고 고부가가치 산업의 토대가 됐다는게 틸리카이넨 핀란드 농업환경부 장관의 설명이다.

국내에는 지난 2011년 동물복지 개념이 본격 도입됐지만 올해 8월 현재, 동물복지인증 허가를 받은 농가는 132곳에 그쳤다. 이 중 닭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이른바 `방목형 농장`은 동물복지 인증 농장 92곳 가운데 16곳에 불과하다. 초기 시설 비용이 많이 들고 운영이 까다로운데다, 자사 브랜드로 달걀을 유통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와 농가가 미적거리는 사이, 농가는 공장식 축산 방식을 도입했고 달걀을 생산하는 49개 농장에서는 인체에 해로운 살충제 성분이 대량으로 검출됐다.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닭을 키운 한 농장주는 "양심의 가책을 받아 도저히 계속 농장을 운영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닭에도 신경학적 기질이 있다면 분명 사람처럼 안락함을 추구할 것이다. 새벽부터 시끄럽게 울어대는 `꼬끼오` 울음소리가 스트레스 없는 공간에서 이젠 흙목욕을 하며 살고 싶다는 한 맺힌 오열은 아니었을지.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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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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