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순천대 교수의 자진사퇴로 공석이 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자리에 누가 선임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교수 임명 논란을 겪으면서 새로 임명될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연구윤리는 물론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 정치력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과학인 온라인 커뮤니티 브릭(BRIC)이 14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리더로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이력으로 `연구 부정행위 이력자`를 꼽았다. 뒤이어 현장 경험이 없는 낙하산, 도덕성 문제가 있는 사람 등의 순이었다.

연구윤리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과학·기술을 이끌어갈 기관장·단체장이 갖춰야 할 첫째 덕목으로 평가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박 교수가 나흘 만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주된 이유로 연구윤리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 교수는 황우석 박사 연구 논문에 기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전공과 무관한 과제로 연구비를 받는 등 연구윤리를 저버렸지만 당시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박 교수 임명에 대한 반발 여론은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으로 빠르게 퍼졌고, 결국 자진사퇴에까지 이르게 됐다.

새로운 과기혁신본부장은 적어도 연구윤리에 관한 문제에서만큼은 깨끗해야 이전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과학기술인들이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만큼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도 담보돼야 한다. 특정 분야보다는 연구개발을 수행되는 방식을 알고 연구현장의 실정을 전반적으로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정치력도 필요하다. 과기혁신본부는 기존과 달리 예산권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학기술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획재정부 등 다른 유관기관과의 협상과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문재인 정부 첫 부처별 핵심정책 토의에서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던 연구개발 예산권을 연내에 과기혁신본부로 이양 완료 할 것을 보고했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연구원들의 피로감이 크다. 현장 실무경험이 없는 이들이 오면 말 그대로 보여주기 식 혹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된다"며 "새로운 과기혁신본부장은 전문성과 정치력을 겸비해야 한다. 박 교수는 전문성과 정치력은 있었지만 연구윤리에서 문제가 있었다. 모든 덕목을 두루 갖춘 이를 찾기 어렵겠지만 과학기술인들이 상당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하루빨리 임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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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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