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금융이 은행에 저축을 해 이자수익을 얻거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이자·배당소득이나 시세차익인 자본이득을 얻는 경제활동이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금융활동은 집을 사기도 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저축한 돈을 차입하기도 하며, 새로운 사업의 시작이나 기존 사업의 증대를 위한 설비투자를 늘리기 위해 주식이나 채권의 발행을 통해 돈을 조달하는 활동도 포함한다.

더욱이 금융활동은 미래의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며, 위험이 큰 사업에 도전하는 모험사업가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연금이나 보험은 물론, 젊었을 때 저축이나 투자는 소득이 없는 노년, 불의의 실직, 질병 등의 대비책이 될 수 있다. 위험이 크지만 성공의 이익이 매우 큰 벤처기업이 벤처자본의 투자를 받아 모험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해주는 것도 금융이다.

금융활동은 이처럼 혁신과 성장을 지원하면서도 미래의 위험에 대한 보험기능을 수행하는, 우리 경제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금융활동은 그 과정에서 지나친 대출과 차입을 낳아 과잉 설비투자나, 부동산·주식 등에 대한 투기적 투자의 증가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것은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전체를 붕괴시키고, 개인에게는 보험이 아니라 위험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게 한다.

또한 금융활동이 서로 다른 소득계층에 대해 차별을 가하게 되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부자들은 은행에서 낮은 대출 금리로 돈을 빌려 부동산이나 사업에 투자해 더 큰 돈을 버는 사이, 가난한 사람들은 생계비 부족분을 사금융의 높은 금리로 조달함으로써 더 큰 가난에 빠져들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부족한 돈을 은행에서는 빌릴 수 없어 대부업체와 같은 고금리의 사금융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의 긍정적 역할을 증대시키고 부정적 역할은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경제 전체의 차입과 금융투자가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고, 또한 모든 소득계층이 적절한 비용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만약 과잉차입과 투기적 투자가 발생하게 되면,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겪었던 부도와 파산, 주가 폭락,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겪게 될 것이다. 또 저소득계층에 대한 금융배제는 1990년대 이후 선진국들에서 나타난 빈부격차의 증대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여러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의 빠른 카지노식 발전, 은행의 가계신용 증대, 저소득층 금융배제 심화를 낳는 금융체제를 발전시켜왔다. 자본시장은 은행 대출에 비해 그 규모가 더 급속도로 커졌으나, 기업의 실물투자는 그만큼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금융투자의 증가만을 가져왔다.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에 초점을 맞춘 은행의 영업행태 변화는 가계부채의 지속적인 증가를 초래했다. 은행대형화, 신용평점제, 서민금융기관의 축소는 저소득층의 금융서비스 접근을 크게 약화시켜 왔다.

지난달 취임한 금융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공정한 금융`, `포용적 금융`, `생산적 금융`의 세 가지를 금융정책의 핵심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우리 금융발전이 혁신과 성장의 지원에 소극적이 되게 하고, 개인에게 보험보다는 위험을 더 가중시켰으며, 또한 금융배제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번의 포용적, 생산적 금융활동을 증진시키려는 정책 방향은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의 긍정적 역할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금융활동의 미시적 조정에만 그쳐서는 안되고, 금융시스템 전체의 새로운 디자인이 더 필요하다. 자본시장의 카지노식 발전과 은행의 가계대출 위주의 영업행태 변화, 금융기관의 저소득층 배제를 적절히 제어하는 시스템의 변화가 없다면 현재의 금융정책 즉, 정책금융기관의 생산적 금융 역할 강화, 최고금리 인하와 장기소액연체채권 정리 등 대책만으로는 금융활동의 부정적 역할을 충분히 배제하기 어렵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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