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지난 1월 충남취재본부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 몇 개월 간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조류독감(AI)이다.

지난해 11월 아산을 시작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던 AI는, 1월 중순쯤 가창오리떼가 금강호로 북상하며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6개월 동안 AI와 방역담당 공무원들 간의 사투가 벌어졌다.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조금씩 누그러져도, 종식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와도 이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오히려 6월 초 제주도에서 AI가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긴급 이동제한 조치를 실시할 정도로 예방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한 해의 절반을 바이러스와 싸운 셈이다.

그나마 AI가 잠잠해지니 폭염이 찾아왔다. 수십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더위에 폐사했다. 이번에도 처리는 그들의 몫이었다. 폐사 두수 집계와 보험 관련 업무와 같은 서류작업만 해도 야근은 예사다. 과도한 업무량 탓에 피로와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 지 오래다.

그럼에도 그들은 다시 현장에 섰다.

도 축산과 공무원들은 지난 15일부터 지역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살충제 성분 검사, 달걀 폐기처분 등의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기간 수십 곳의 농가를 검사해 1백만 개가 넘는 달걀을 폐기했다. 검사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을 문제 없이 처리하려다 보니 이번에도 철야 작업에 몰두했다고 한다.

구멍 뚫린 검사체계, 즉 부실한 시스템의 피해가 고스란히 사람에게 돌아간 것이다. 살충제 달걀을 먹은 국민들도, 그리고 수습에 나선 축산담당 공무원들도 결국은 시스템의 피해자다.

충남도의 한 공무원은 "축산 분야는 전문 지식을 갖춘 인재들이 들어오는 곳인데 일이 너무 힘들다 보니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매년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힘든 일을 과연 누가 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달걀의 유통기한은 3주 정도다. 아마 이번 파동이 지나가고 잠잠해질 때쯤이면 가을이 오고 곧 겨울이 올 것이다.

추워진 날씨탓에 구제역이든 AI든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시 현장에 나갈 것이다.

그리고 격무에 시달리는 일부는, 또 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될 지도 모른다. 충남취재본부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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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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