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때 강제 징용된 후 타국에서 억울하게 숨을 거둔 희생자 유해가 72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일제강제징용희생자 유해봉환위원회(상임위원장 무원 스님·대전 광수사 주지)와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 등 108개 민족단체는 지난 15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광복 72주년을 맞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해 봉환식 및 국민추모제`를 봉행했다.

재일동포 사찰 국평사에는 재일동포 무연고 유골 약 300구가 보관돼 있다. 유해봉안위원회는 신원이 파악된 101구를 순차적으로 고국으로 모셔오기로 하고, 1차로 일단 33구를 이번에 봉환하고 늦어도 내년 초까지 나머지 유해도 모셔와 봉환할 예정이다.

1937년, 제국주의 야욕에 눈먼 일본이 `중·일 전쟁`을 벌이면서 일본 본토 내 자원만으로는 전비를 충당하고 전력을 강화하는데 한계에 달하자 1938월 4월 1일, 점령지를 대상으로 `국가총동원법`을 공표했다. 일제는 광산·항만·공사장·군수공장·농장 등에서 노무동원과 병력동원(징병), 군 위안부 세 가지 형태로 수탈을 진행했다. 당시 조선인들 대다수는 강제적으로 끌려갔고, 임금은커녕 허기도 면하지 못한 채 밤낮으로 중노동에 시달렸다. 영화 군함도에서 보았듯이 일본인 감시자들의 폭력 속에서 도망치지도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문제는 일본이 패전한 후에도 강제연행해서 죽도록 혹사시켰던 조선인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낼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선총독부통계연보`에 따르면, 강제 징용된 조선인은 782만 7355명이다. 당시 조선 인구가 2630만여 명이었다고 하니 약 30%가 강제 징용 대상인 것이었다. 이들 모두가 죽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향땅을 두고 타국에서 이름도 없이 억울한 착취와 죽음을 당한 것인가.

그런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의 침략 사실 인정과 가해 사실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받지 않았음은 물론 청구권문제, 어업문제, 문화재반환문제 일제강점기 피해자 보상과 위안부 보상문제 등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1965년 한일협정을 체결하였으며, 또다시 2015년 12월 28일 아베 정부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방안에 합의하고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하는 `굴욕 협상`을 하였다. 두 번 다 돈 몇 푼에… 우리들의 억울한 조상들을 팔아먹었다. 아니! 팔아치운 것이다. 아직 생존해 계시는 분들도 있건만…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일이다.

그나마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일본 고이즈미 총리에게 한반도 출신자 유골 봉환을 요청하여 군인·군속의 유골 봉환이 일부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민간인 희생자 유골 봉환은 아직 갈 길이 멀다. 2015년까지 발견된 유골은 2745구에 이르지만 지난해 홋카이도에서 115명의 유골이 돌아오는 등 일부만 봉환된 상태다.

시작이 반이라 했다. 이제 시작은 되었으니 우리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필자 역시 유해봉환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아 몇 년째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가 크지 않아 송구할 뿐이다. 하여, 그분들 영령(英靈)이 편안해지시길 항상 기도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까마귀와 같은 사람이 있고 돼지와 같은 사람이 있다. 까마귀는 배고픔에 쫓기다가 재빨리 더러운 것을 먹고서는 곧 주둥이를 닦는다. 그것은 다른 새가 더러운 것을 먹었다고 비난할까 두려워서이다. 이처럼 어떤 사람은 한적한 곳에서 욕심으로 악행을 하다가 문득 부끄러워하고 스스로 뉘우쳐 제가 한 일을 나에게 말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스스로 악행을 하고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뉘우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뽐내고 자랑하는 것이 마치 돼지가 항상 더러운 것을 먹고 더러운 곳에 누워 있으면서 다른 돼지 앞에서 뽐내는 것과 같으니라."

부처님 말씀처럼 까마귀도 부끄러움을 알건만, 스스로 악행을 하고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뉘우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뽐내고 자랑하는 일본의 만행은 더러운 돼지 같지 않은가. 우리는 저 더러운 돼지들에게 유골뿐만 아니라 넋조차도 둘 수 없다. 한 분도 빠짐 없이 모셔와 넋이라도 편하게 해 드려야 된다.

"죽어서야 고향으로 돌아오신 영령들이여!! 모두 편히 쉬십시오. 저희가 더 노력하여 모두를 모셔오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무원 스님·천태종 대전 광수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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