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짜리 동전 몇 개면 학교 앞 문방구에서 뽑기와 군것질을 하며 시간가는 줄 몰랐던 코흘리개 시절, 주머니 속 짤랑거리는 동전만으로도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몇 안 되는 동전 중에서도 나름의 사용기준이 있었는데, 내가 태어난 해의 동전은 쓰기가 아까워 마치 내 분신을 떠나보내는 듯 애틋한 심정으로 꼭 써야겠다 싶은 순간에만 사용했다.

최근 500원 동전 중에 발행량이 적어 희소성이 높은 1998년산 동전이 보존 상태에 따라 7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까지 한다는 뉴스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희귀 화폐에 무관심하던 사람들도 저금통을 뜯어 동전을 일일이 확인해보며 화폐 수집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수집가들은 투자 또는 재테크 수단으로서만 화폐를 수집하고 있을까? 음악을 듣고, 운동을 하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자기만의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행위를 `취미`라 부른다. 취미 생활을 할 때 수익이 얼마가 날 것이냐를 먼저 생각하지 않듯이 화폐 수집도 `돈`이 취미의 주제일 뿐이지 돈을 벌고자 취미 대상을 돈으로 선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1998년도에 발행된 500원짜리 동전처럼 특별한 사례도 있고 사연 때문에 고가의 프리미엄이 붙은 기념주화도 종종 있지만 단지 투자 목적만으로 화폐 수집을 대한다면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나둘씩 수집을 하다 보면 프리미엄은 덤으로 생기기 마련이다.

일 때문에 국내외 화폐박람회를 둘러볼 기회가 종종 있다. 독일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화폐박람회(World Money Fair)에서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온 어린 손녀가 동전을 모아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놀러와 서로 자기의 수집첩을 자랑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한국조폐공사는 온라인 쇼핑몰(www.koreamint.com)을 새롭게 단장했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쇼핑몰에서 나아가 제품을 사고, 수집하는 국민들이 이런저런 정보도 나누고, 직접 거래도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유럽 등 서구 지역에 비해 아직 화폐 수집 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도 화폐 수집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많은 국민들이 애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때마침 올해부터 7년 동안 매년 발행될 예정인 `한국의 국립공원 기념주화`가 9월 1일까지 예약접수 중이다. 몇 달 후면 우리나라 최초의 기념지폐(은행권)인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지폐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를 담은 기념주화나 기념지폐를 모아 훗날 자녀들에게 역사의 유산으로 물려준다면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주민규 한국조폐공사 화폐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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