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스재능봉사단 대전충남세종지부 학생들이 일본 전통 다도체험을 하고 있다.
아비투스재능봉사단 대전충남세종지부 학생들이 일본 전통 다도체험을 하고 있다.
coverstory -학종시대 `봉사활동` 요령

대학들의 인재선발에는 뚜렷한 기준이 있다. 문·이과를 불문하고, 교과 성적 외에 `학업역량`을 으뜸으로 꼽는다. 대학들이 원하는 `학업역량`은 단지 시험 성적이 좋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주도적 전공적합성에 가깝다. 대학들은 학생의 △학업역량 △활동역량 △개인(인성)역량 △미래역량 등 4가지 기준을 자기주도적 전공적합성의 중요한 평가 요소로 삼고 있다. 이들 요소를 증명하는 방법은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창체활동은 성적 만으로는 알 수 없는 학생의 됨됨이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비교과의 핵심이다. 흔히 `자·동·봉·진`이라고 부르는데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 네 가지 영역을 말한다. 문제는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에 길들여진 탓에 이들 활동에 대해 학부모도 학생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봉사활동` 영역은 오해가 가장 많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가 원하는, 대학들이 주목하는 봉사활동은 남을 돕고, 배려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주도적 전공적합성에 얼마나 가깝냐는 것에 방점을 둔다. 여름방학 동안 몇 십 시간의 봉사활동을 펼쳤어도 학생부 자소서에 기록될 스토리텔링의 가치가 있는 봉사가 있고, 시간 만 기록되는 봉사가 있다는 이야기다.

◇스토리가 되는 봉사활동

대학 입시가 수시 학생부중심전형의 비중을 키울 수록 우리 사회가 한 목소리로 비판하는 것이 있다. 혹시 `금수저 전형`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전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시 학생부전형은 대학 입시의 패러다임이 `숫자`에서 `문자`로 바뀐 대사건이다. 점수로 줄을 세워 평가하지 않고, 문자로 된 이력을 통해 학업역량과 전공적합도가 우수한 학생을 뽑겠다는 취지다. 이런 흐름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우리 사회는 기업들의 인재 채용에서 점수 대신 이력과 직무적합성을 따지는 세상이 됐다.

결국 답은 나왔다. 대학 입시와 취업현장에서 요구하는 합격과 불합격의 잣대는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스토리`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기록될 봉사활동도 마찬가지다. 금수저 전형 논란 속에서 갈수록 봉사활동의 비중은 낮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대학들이 최소의 범위로 가이드라인을 정하면서 봉사의 형식적인 면은 축소됐지만 취지와 의미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때문에 학생부가 요구하는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알아야 한다. 일단 교육부의 메뉴얼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봉사활동 등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는 학생에 한하여 활동내용 등 구체적인 사항을 입력하되, 구체적인 범위는 학교장이 정한다`라고 봉사활동을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주의 깊게 알아둬야 할 것은 `지속적인`, `구체적인`이라는 키워드다. 봉사의 총량적인 시간이 많고 적은 것은 의미가 없고, 오히려 꾸준한 활동과 상세한 내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토리는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속성은 중요한 키워드다.

◇봉사활동 어떻게 하나

한국미디어교육진흥원 조근주 이사장은 "일단 봉사활동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생부에 안 써 넣자니 인성 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 같고, 봉사 시간은 어느 정도 맞춰야 하고, 막상 하려니 도서관 사서도우미나 지역아동센터 학습멘토링, 노인·장애인시설 봉사, 무료급식소 식사도우미 등 엇비슷한 활동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봉사활동을 하고 나도 봉사시간 몇 시간 채운 것에 만족하고, 결국은 `때우기 식`의 활동이 반복될 뿐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봉사활동에 대해 학교생활기록부가 방법을 잘 알려주고 있다. 일단 자기소개서 공통항목 3번을 보자.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를 실천한 사례를 들어 느낀 점을 쓰도록 하고 있다. 또 자소서 1번과 2번 항목은 각각 자신의 학습경험과 학업노력, 진로에 대한 지원자의 열정을 쓰도록 하고 있다.

사실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봉사활동은 별다른 것이 아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영어 학습멘토링을 했을 경우, 본인이 영어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좌절감과 극복했던 노력을 기술한 뒤에 그래서 영어공부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멘토링 봉사를 하게 됐다고 쓴다면 자기소개서 1, 2, 3번 항목을 모두 해결하는 봉사활동이 된다. 여기에 해당 봉사활동이 스스로의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됐고, 향후 진로 전공을 정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쓴다면 금상첨화다.

◇봉사활동에서 꿈과 끼를 찾는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봉사와 진로를 따로 떼어놓고 보지 않는다. 진로가 정해진 학생이라면 봉사도 관련 있는 활동을 할 것이고, 봉사활동을 하다가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범계열에 진학하려는 학생이라면 학습멘토링 봉사를, 의학계열을 희망하면 무료진료소나 간병 봉사 등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아직 진로가 정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땐 범용 모델을 찾아봐야 한다. 대전 중일고나 서대전고의 경우, 수화 봉사나 점자책 번역 같은 독특한 봉사활동을 한다.

이재하 진학부장교사(전국진학협의회 회장)는 "수화나 점자책의 경우 기본적으로 약자와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담고 있으면서 또 누군가를 지도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활동이 된다"고 말했다. 단순하게 수화 봉사를 했다고 해서 사회복지 관련 전공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가슴을 뛰게 하는 활동`을 찾아야 한다.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하면 자소서에서 볼펜을 `여의봉`처럼 휘두를 수 있다. 중일고 `다믓동아리`는 인근 자운초등학교의 다문화 아이들을 돕는 학생동아리다. 다문화 친구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같이 놀아주고, 말벗이 돼 주는 활동을 하면서 초등교육과, 호텔관광컨벤션과, 아동복지학과 등에 진학했다. 물론 해당 활동을 자기소개서에 풍부하게 녹여냈다.

◇봉사활동도 전략이다

아무리 해도 자신의 봉사활동에서 특별함을 찾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뒤늦게 고2 두번째 학기를 맞았는데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을 경우는 어찌해야 할까? 고3 진학을 앞두고 이런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 하지만 세상에 의미 없는 봉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봉사활동에 반드시 특별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의미를 갖고, 전략적으로 하는 봉사가 대학 진학에서 좀 더 유리할 뿐이다.

도저히 스토리텔링을 할 수 없다면 봉사 자체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봉사 본연의 배려와 나눔, 이타심 등이 자기 성장의 밑거름이 됐고, 학업역량을 키우는 동기부여로 작용했다는 것을 설명하는 자기소개서도 돋보일 수 있다. 중일고 다믓동아리처럼 똑같은 봉사활동을 했지만 합격한 전공 분야가 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봉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육부와 대학이 봉사의 무대로 `학교`와 `교실`을 강조하고 있지만 꾸준한 봉사활동이 해외봉사로 심화된 사례는 얼마든지 스스로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소재가 된다. 최근 한국미디어교육진흥원의 아비투스재능봉사단이 실시한 `일본 시즈오카 학생교류 에듀볼런투어`는 좋은 사례다. 아비투스재능봉사단 학생들 스스로 학생교류와 민간 공공외교, 통일, 기업가 정신(앙트레프레너)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사전조사를 통한 세미나를 열고, 해외 활동을 펼쳤다.

해외 봉사활동 자체로는 봉사시간을 얻을 수 없지만 고정관념을 깨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자신이 봉사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 네트워크 등을 갖추는 과정을 기록하고, 결과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모든 과정이 봉사활동으로 인정된다. 또 학교 밖에서 경험한 내용을 학교 안으로 연계하는 것도 좋은 봉사활동의 사례가 될 수 있다.

권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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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재능봉사단 대전충남세종지부 학생들이 지난 9일 일본 시즈오카현을 방문,후지노쿠니 친선대사와 `한·일 학생교류 및 통일·외교 세미나를 개최했다.
아비투스재능봉사단 대전충남세종지부 학생들이 지난 9일 일본 시즈오카현을 방문,후지노쿠니 친선대사와 `한·일 학생교류 및 통일·외교 세미나를 개최했다.

권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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